《길피의 속임수》 원전

Gylfa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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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노르드어 원문을 바탕으로 영어 번역을 참고해 AI로 번역한 한국어 본문입니다.

1

길피 왕은 지금 스웨덴이라 불리는 땅을 다스렸다. 그에 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떠돌아다니던 한 여인이 자신을 즐겁게 해 준 보답으로, 황소 네 마리가 하루 낮과 밤 동안 갈아낼 수 있는 만큼의 땅을 자신의 왕국에서 주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아스 신족의 혈통으로, 게피온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녀는 북쪽 요툰헤임에서 황소 네 마리를 데려왔는데, 그들은 어느 거인과 그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이었다. 그녀가 그들을 쟁기에 매자, 쟁기는 어찌나 넓고 깊게 파고들었던지 땅덩이가 통째로 떨어져 나왔다. 황소들은 그 땅을 바다로 끌고 나가 서쪽으로 향하다가 어느 해협에서 멈추었다. 게피온은 그곳에 땅을 내려놓고 셸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땅이 뽑혀 나간 자리에는 호수가 남았다. 지금 스웨덴에서 뢰그린이라 부르는 호수인데, 그 호수의 후미들은 셸란의 곶들과 모양이 서로 들어맞는다. 옛 시인 브라기는 이렇게 읊었다.

게피온은 기뻐하며 길피에게서
땅의 깊은 원반을 끌어냈다.
내달리는 짐승들에게서 김이 솟도록,
덴마크의 땅을 늘리려고.
황소들은 여덟 개의
이마 달을 이고 나아갔다.
풀밭 섬에서 넓게 뜯어 낸 땅 앞에
네 개의 머리를 내밀고.

2

길피 왕은 지혜롭고 마법에도 능한 사람이었다. 그는 아스 신족이 어찌나 재주가 뛰어난지 모든 일이 그들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몹시 신기하게 여겼다. 그것이 그들 자신의 타고난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제사를 바치는 신들의 힘 때문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아스가르드로 길을 떠났는데, 남몰래 움직이며 늙은이의 모습으로 변하여 정체를 감추었다. 그러나 아스 신족은 예지력이 있어 그보다 더 많이 알고 있었다.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그의 여정을 내다보고 그를 맞을 환영을 만들어 두었다. 그가 성안으로 들어서자 꼭대기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전당이 눈에 들어왔다. 지붕에는 널빤지 대신 금빛 방패가 덮여 있었다. 흐빈 출신 티오돌프는 발할라가 방패로 덮여 있었다며 이렇게 읊었다.

슬기로운 전사들은 등에
스바프니르 전당의 지붕널을
번쩍이게 하였다.
그 위로 돌들이 쏟아졌다.

길피는 전당 문간에서 한 사내를 보았다. 그는 단검을 던져 받으며 놀고 있었는데, 일곱 자루를 한꺼번에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그 사내가 먼저 이름을 물었다. 길피는 자신을 강글레리라 밝히고, 외진 길을 떠돌다 왔다며 하룻밤 묵기를 청하고는 이 전당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었다. 사내는 자기네 왕의 것이라 대답했다. “내가 그분께 안내해 줄 수 있소. 이름은 직접 여쭈어 보시오.” 그러고는 앞장서 전당으로 들어갔다. 길피가 뒤따라 들어서자마자 그의 발뒤꿈치 뒤로 문이 닫혔다. 안에는 여러 칸의 넓은 공간과 많은 사람이 보였다. 놀이를 하는 이들도 있고, 술을 마시는 이들도 있고,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앞의 많은 광경을 믿기 어렵다고 여겼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문간은
앞으로 들어서기 전에
두루 살펴야 한다.
안쪽 자리에
적들이 어디 앉아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는 높이가 서로 다른 세 개의 높은 자리를 보았고, 자리마다 사내가 한 명씩 앉아 있었다. 그가 그 우두머리들의 이름을 묻자, 자신을 안내해 온 사내가 가장 낮은 자리에 앉은 이가 왕이라 대답했다. “이름은 하르요. 그다음 자리에 앉은 분은 야픈하르, 맨 위에 앉은 분은 트리디라 하오.” 그러자 하르가 찾아온 이에게 다른 용건이 있느냐고 묻고, 이 하르의 전당에 있는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음식과 술이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길피는 우선 이 안에 학식이 깊은 사람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하르는 그가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기서 무사히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 말하고는 덧붙였다.

“앞에 서 있으라,
네가 묻는 동안에는.
말하는 이는 앉아 있으리라.”

3

강글레리가 이렇게 말을 꺼냈다. “모든 신 가운데 가장 높거나 가장 오래된 이는 누구입니까?”

하르가 말했다. “우리말로는 알푀드르라 한다. 그러나 옛 아스가르드에서 그는 열두 이름을 지녔다. 첫째는 알푀드르, 둘째는 헤란 또는 헤리안, 셋째는 니카르 또는 흐니카르, 넷째는 니쿠드 또는 흐니쿠드, 다섯째는 푈니르, 여섯째는 오스키, 일곱째는 오미, 여덟째는 비플리디 또는 비플린디, 아홉째는 스비두르, 열째는 스비드리르, 열한째는 비드리르, 열두째는 얄그 또는 얄크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그 신은 어디에 계시며, 어떤 능력이 있고, 어떤 위업을 이루셨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는 영원토록 살아 있으며 자신의 온 나라를 다스리고,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주관한다.”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그는 하늘과 땅과 대기,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을 만들었다.”

트리디가 말했다. “그러나 가장 위대한 일은 사람을 만들고 그에게 영혼을 준 것이다. 그 영혼은 육신이 썩어 흙이 되거나 불타 재가 되더라도 살아 있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올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아 김레 또는 빙골프라 불리는 곳에서 그와 함께 지내게 된다. 그러나 악한 사람들은 헬에게 가고, 거기서 다시 니플헬로 간다. 그곳은 아래로 아홉 번째 세계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하늘과 땅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그가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그때는 서리 거인들과 함께 있었다.”

4

강글레리가 말했다. “맨 처음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그보다 앞서서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볼루스파』에 이렇게 나와 있다.

아득한 태초,
아무것도 없던 때,
모래도 바다도 없었고
서늘한 물결도 없었다.
땅도 없었고
드높은 하늘도 없었다.
긴눙가의 틈이 벌어져 있었으나
풀은 없었다.”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땅이 창조되기 여러 시대 전에 니플헤임이 만들어졌다. 그 한가운데에는 흐베르겔미르라는 샘이 있고, 거기서 스뵐, 군트라, 푀름, 핌불툴, 슬리드와 흐리드, 쉴그르와 윌그르, 비드, 레이프트라는 강들이 흘러나온다. 굘은 헬의 문에 가장 가까이 있다.”

트리디가 말했다. “그러나 맨 먼저 있었던 것은 남쪽의 무스펠이라는 세계다. 그곳은 밝고 뜨겁다. 그쪽은 온통 불꽃이 타오르고 이글거린다. 그곳 출신이 아니거나 거기에 제 땅이 없는 자는 드나들 수 없다. 수르트라는 이가 그 땅의 끝에 앉아 땅을 지킨다. 그는 불타는 검을 지녔으며, 세상의 끝에 나아가 싸움을 벌이고 모든 신을 무찌른 뒤 온 세계를 불태울 것이다. 『볼루스파』에 이렇게 나와 있다.

수르트가 남쪽에서 온다,
나뭇가지를 해치는 불을 들고.
그의 검에서 빛난다,
전투 신들의 태양이.
바위산들이 부딪쳐 울고
거인 여인들은 비틀거리며,
사람들은 헬로 가는 길을 밟고
하늘은 갈라진다.”

5

강글레리가 말했다. “종족들이 생겨나거나 사람들이 불어나기 전에는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엘리바가르라 불리는 강들이 수원에서 아주 멀리 흘러가자, 강물에 섞인 독액이 불에서 흘러나오는 쇠똥처럼 굳어 얼음이 되었다. 그 얼음이 멈추어 더는 흐르지 않게 되자 그 위로 얼음이 덮였다. 독액에서 피어오른 습기는 얼어 서리가 되었고, 서리는 겹겹이 쌓여 긴눙가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북쪽을 향한 긴눙가는 얼음과 서리의 무거운 덩어리로 가득 찼으며, 그 안에는 습기와 바람이 들이쳤다. 그러나 긴눙가의 남쪽 부분은 무스펠헤임에서 날아온 불꽃과 불똥을 맞아 가벼워졌다.”

트리디가 말했다. “니플헤임에서 추위와 온갖 매서운 것이 뻗어 나왔듯, 무스펠 가까운 쪽의 모든 것은 뜨겁고 밝았다. 그러나 긴눙가는 바람 없는 대기처럼 온화했다. 서리와 더운 기운이 만나 서리가 녹아 물방울로 떨어지자, 그 생명의 물방울들에서 열기를 보낸 이의 힘으로 생명이 깨어나 사람의 형상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이미르였으나 서리 거인들은 아우르겔미르라 부른다. 서리 거인들의 종족은 그에게서 나왔다. 『짧은 볼루스파』에 이렇게 나와 있다.

모든 예언하는 여인은
비돌프에게서,
모든 마법사는
빌메이드에게서,
세이드를 행하는 자들은
스바르트회프디에게서,
모든 거인은
이미르에게서 나왔다.

또 거인 바프스루드니르는 이렇게 말한다.

엘리바가르에서
독의 물방울이 튀어 올라
자라나 마침내 거인이 되었다.
우리 종족들은
모두 거기서 나왔으니,
그래서 언제나 그토록 사납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어떻게 그에게서 종족들이 불어났으며,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이 생겨났습니까?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이를 신이라고 믿으십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우리는 결코 그를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악하며 그의 모든 혈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을 서리 거인이라 부른다. 전해지는 말로는, 그가 잠을 자다가 땀을 흘렸다고 한다. 그러자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서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자라났고, 한쪽 발은 다른 쪽 발과 함께 아들을 낳았다. 거기서 종족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바로 서리 거인들이다. 그 늙은 서리 거인을 우리는 이미르라 부른다.”

6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이미르는 어디에 살았으며, 무엇을 먹고 살았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그다음에는 서리가 녹아 떨어지면서 아우둠라라는 암소가 생겨났다. 그 젖꼭지에서 네 줄기의 젖 강이 흘러나왔고, 그 젖으로 이미르를 먹여 살렸다.”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 암소는 무엇을 먹고 살았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소금기 있는 서리 덮인 돌들을 핥았다. 돌들을 핥은 첫날 저녁에는 돌 속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왔고, 둘째 날에는 사람의 머리가, 셋째 날에는 온전한 사람이 나왔다. 그의 이름은 부리다. 그는 용모가 아름답고 몸집이 크며 힘이 셌다. 그에게서 보르라는 아들이 태어났다. 보르는 거인 볼토른의 딸인 베스틀라라는 여인과 혼인하여 아들 셋을 얻었다. 첫째는 오딘, 둘째는 빌리, 셋째는 베였다. 나는 이 오딘과 그의 형제들이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이들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가 그런 이름을 지녔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훌륭한 이의 이름이 그러하며, 너희도 그를 그렇게 불러도 좋을 것이다.”

7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들은 서로 어떻게 지냈으며, 어느 쪽이 더 강했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보르의 아들들이 거인 이미르를 죽였다. 그가 쓰러지자 상처에서 어찌나 많은 피가 쏟아졌던지, 그 피로 서리 거인의 온 종족을 익사시켰다. 다만 한 명이 제 식솔과 함께 빠져나왔다. 거인들은 그를 베르겔미르라 부른다. 그는 아내와 함께 제 나무 궤 위에 올라가 거기서 살아남았다. 서리 거인들의 종족은 그들에게서 나왔다. 여기에 이렇게 나와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겨울 전,
땅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베르겔미르가 태어났다.
내가 맨 처음 기억하는 것은
그 지혜로운 거인이
나무 궤 위에 놓인 일이다.”

8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보르의 아들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당신은 그들이 신이라고 믿고 계시지요?”

하르가 말했다. “그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적지 않다. 그들은 이미르를 데려다가 긴눙가 한가운데 놓고 그에게서 땅을 만들었으며, 그의 피로 바다와 호수들을 만들었다. 살에서는 땅을, 뼈에서는 산들을 만들었다. 이와 어금니, 부러진 뼈들에서는 돌과 돌무더기를 만들었다.”

야픈하르가 말했다. “그들은 상처에서 흘러나와 자유로이 흐르던 피로 바다를 만들었다. 땅을 만들고 단단히 이어 붙인 뒤 그 바다를 땅 둘레에 고리처럼 두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바다를 건널 수 없다고 여길 것이다.”

트리디가 말했다. “또 그들은 그의 머리뼈를 가져다가 하늘을 만들어 네 귀퉁이를 받쳐 땅 위에 세웠으며, 모퉁이마다 난쟁이를 하나씩 두었다. 그들의 이름은 아우스트리·베스트리·노르드리·수드리다. 그런 다음 무스펠헤임에서 튀어나와 떠돌던 불똥과 불꽃을 가져다가 긴눙가 한가운데 있는 하늘의 위아래에 놓아 하늘과 땅을 밝히게 했다. 그들은 모든 빛나는 것에 자리를 정해 주었다. 일부는 하늘에 고정하고 일부는 하늘 아래를 자유로이 돌아다니게 했지만, 그것들에게도 자리를 정하고 운행할 길을 마련해 주었다. 옛 지식에 따르면 그때부터 낮과 밤이 구분되고 해를 헤아리게 되었다. 『볼루스파』에 이렇게 나와 있다.

솔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거처가 어디인지.
마니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떤 힘을 지녔는지.
별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자리가 어디인지.

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러했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지금 들은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경이롭고 솜씨 좋게 이루어진 일이군요. 땅은 어떤 모습이었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땅의 바깥 둘레는 둥글고, 그 밖으로 깊은 바다가 둘러 있다. 그들은 그 바닷가를 따라 거인 종족들이 살 땅을 주었다. 그러나 땅 안쪽에서는 거인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세상 둘레에 성벽을 세웠다. 거인 이미르의 눈썹으로 그 성벽을 만들고 미드가르드라 불렀다. 또 그의 뇌를 가져다가 공중에 던져 구름을 만들었다. 여기에 이렇게 나와 있다.

이미르의 살에서
땅이 만들어졌고,
피에서는 바다,
뼈에서는 산,
머리카락에서는 나무,
머리뼈에서는 하늘이 만들어졌다.
그의 눈썹으로는
자애로운 신들이
사람의 아들들을 위해 미드가르드를 만들었고,
그의 뇌에서는
그 사나운
구름들이 모두 만들어졌다.”

9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땅과 하늘을 만들고 해와 천체들을 제자리에 놓고 낮과 밤을 나누었다면, 그들은 참으로 큰일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오. 그런데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소?”

하르가 말했다. “보르의 아들들이 바닷가를 거닐다가 나무 두 그루를 발견했네. 그들은 그 나무들을 집어 들어 사람을 만들었지. 첫째는 숨과 생명을, 둘째는 지각과 움직임을, 셋째는 얼굴과 말과 청각과 시각을 주었으며, 그들에게 옷과 이름도 주었네. 남자는 아스크라 하고 여자는 엠블라라 했지. 그들에게서 인류가 태어났고, 인류에게는 미드가르드 안에 살 곳이 주어졌네.

그다음 그들은 세상 한가운데에 자신들이 살 성채를 지었으니, 이를 아스가르드라 하네. 우리가 트로이라고 부르는 곳이지. 그곳에는 신들과 그들의 일족이 살았고, 그로부터 땅과 하늘에서 많은 사건과 일들이 벌어졌네. 그곳에 흘리드스캴프라는 곳이 하나 있는데, 오딘이 그곳의 높은 자리에 앉으면 온 세상과 모든 사람의 행실을 볼 수 있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알았네.

그의 아내는 표르긴의 딸 프리그라 했으며, 두 사람의 혈통에서 우리가 아스 신족의 일족이라 부르는 자들이 나왔네. 그들은 옛 아스가르드와 거기에 딸린 나라들에 살았으며, 모두 신에게서 비롯된 일족이지. 오딘을 알푀드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그가 모든 신과 인간의 아버지이며, 그와 그의 힘으로 완성된 모든 것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네. 요르드는 그의 딸이자 아내였네. 그는 그녀에게서 맏아들을 얻었으니, 바로 아스 신족의 토르일세. 토르에게는 힘과 강인함이 따랐으며, 그로써 그는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이기네.

10

요툰헤임에 사는 거인이 있었는데, 이름은 뇌르피 또는 나르피였네. 그에게는 노트라는 딸이 있었지. 그녀는 제 혈통을 닮아 검고 어두웠네. 그녀는 나글파리라는 남자와 혼인했고, 두 사람의 아들은 아우드라 했네. 그다음에는 아나르라는 이와 혼인했으며, 두 사람의 딸은 요르드라 했지. 마지막으로 델링이 그녀를 아내로 맞았는데, 그는 아스 신족의 혈통이었네. 두 사람의 아들은 다그였고, 그는 아버지를 닮아 밝고 아름다웠네.

알푀드르는 노트와 그녀의 아들 다그를 데려다가 말 두 마리와 수레 두 대를 주고 하늘로 올려 보냈네. 그들은 하루낮 하룻밤마다 땅을 한 바퀴 돌아야 했지. 노트가 흐림팍시라는 말을 몰고 앞서 가는데, 그 말은 아침마다 재갈에서 떨어지는 거품으로 땅에 이슬을 뿌리네. 다그의 말은 스킨팍시라 하며, 그 갈기에서 나오는 빛이 온 하늘과 땅을 밝히네.”

11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는 해와 달의 운행을 어떻게 다스리오?”

하르가 말했다. “문딜파리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자식이 둘이었네. 둘 다 몹시 곱고 아름다워서 그는 아들에게는 마니라는 이름을, 딸에게는 솔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딸을 글렌이라는 남자와 혼인시켰지. 그러나 신들은 이런 오만함에 노하여 그 남매를 데려다 하늘에 올려놓았네. 그리고 솔에게 태양의 수레를 끄는 말들을 몰게 했지. 그 태양은 신들이 무스펠헤임에서 날아온 불티로 여러 세상을 밝히려고 만든 것이었네. 그 말들의 이름은 아르바크와 알스비드일세. 신들은 말들의 어깨 아래에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 두 개를 달아 열을 식혀 주었는데, 어떤 전승에서는 그것을 이사른콜이라 부르네.

마니는 달의 운행을 다스리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관장하네. 그는 땅에서 두 아이를 데려왔는데, 이름은 빌과 휴키일세. 아이들은 뷔르기르라는 샘에서 돌아오는 길이었고, 어깨에 막대를 메고 세그라는 물통을 나르고 있었네. 그 막대는 시물이라 했지. 아이들의 아버지는 비드핀이라 하네. 이 아이들은 마니를 따라다니니, 땅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네.”

12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해는 몹시 빠르게 움직이니, 거의 겁에 질린 듯하오. 제 죽음이 두려워 달아난다 해도 그보다 더 서두를 수는 없겠소.”

하르가 대답했다. “그녀가 그토록 급히 가는 것도 이상할 일은 아니네. 뒤쫓는 자가 바싹 다가와 있으니, 달아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지.”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녀를 그렇게 괴롭히는 자는 누구요?”

하르가 말했다. “늑대가 둘 있네. 그녀를 뒤쫓는 늑대의 이름은 스콜일세. 그녀는 그를 두려워하며, 그는 결국 그녀를 잡을 것이네. 그녀 앞에서 달리는 늑대는 흐로드비트니르의 아들 하티라 하네. 그는 달을 잡으려 하며, 결국 그렇게 될 것이네.”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 늑대들의 혈통은 어떠하오?”

하르가 말했다. “미드가르드 동쪽, 야른비드라는 숲에 여자 거인이 하나 살고 있네. 그 숲에는 야른비드 여인들이라 불리는 트롤 여인들이 살지. 그 늙은 여자 거인은 거인 아들들을 많이 낳는데, 모두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네. 이 늑대들도 거기에서 나왔지. 전해지기로는 그 혈통 가운데 마나가름이라 불리는 자가 가장 강해질 것이라 하네. 그는 죽는 모든 사람의 생명으로 배를 채우고 달을 삼키며, 하늘과 온 대기에 피를 흩뿌릴 것이네. 그러면 해는 빛을 잃고, 바람은 사나워져 이곳저곳에서 울부짖을 것이네. 《볼루스파》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동쪽 야른비드에
늙은 여인이 살며
그곳에서 낳는다,
펜리르의 자손들을.
그들 모두 가운데
어느 하나가
트롤의 모습으로
달을 낚아채는 자가 되리라.

죽을 운명의 사람들의
생명으로 배를 채우고,
신들의 거처를
붉은 피로 물들이리라.
그 뒤 여름이면
햇빛은 검어지고,
날씨는 모두 사나워지리라.
더 알고 싶은가, 아니면 어찌하겠는가?”

13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땅에서 하늘로 가는 길은 어디에 있소?”

하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번 물음은 그리 슬기롭지 못하군. 신들이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비프로스트라는 다리를 놓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가? 자네도 보았을 것이네. 아마 자네는 그것을 무지개라 부르겠지. 그 다리는 세 가지 빛깔을 띠며 몹시 튼튼하고, 다른 어떤 조형물보다도 뛰어난 솜씨와 지식으로 만들어졌네. 그러나 그토록 튼튼해도 무스펠의 아들들이 와서 말을 타고 건너면 부서지고 말 것이네. 그러면 그들의 말들은 큰 강들을 헤엄쳐 건널 것이니, 그들은 그렇게 나아올 것이네.”

강글레리가 말했다. “신들은 뜻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데도 다리가 부서질 수 있게 만들었다면, 나는 그들이 그 다리를 성심껏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소.”

하르가 말했다. “그 다리를 만든 일로 신들이 비난받을 까닭은 없네. 비프로스트는 훌륭한 다리일세. 하지만 무스펠의 아들들이 쳐들어올 때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스스로의 힘만 믿고 버틸 수는 없네.”

14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아스가르드가 완성된 뒤 알푀드르는 무엇을 했소?”

하르가 말했다. “맨 먼저 그는 다스리는 자들을 자리에 앉히고, 자신과 함께 인간의 운명을 판결하고 성채의 배치를 의논하게 했네. 그곳은 성채 한가운데 있는 이다볼이라는 곳이었지. 그들이 처음 한 일은 알푀드르의 높은 자리 말고도 자신들의 자리 열둘이 놓인 신전을 짓는 것이었네. 그 집은 땅 위에서 가장 훌륭하게 지어졌으며 가장 컸네. 안팎이 모두 순금 같았지. 사람들은 그곳을 글라드스헤임이라 부르네.

그들은 또 다른 전당도 지었네. 여신들의 성소였는데, 몹시 아름다웠지. 사람들은 그 집을 빙골프라 부르네. 그다음에는 화덕들을 들여놓을 집을 짓고, 그 일을 위해 망치와 집게와 모루를 만들었으며, 이어서 다른 온갖 연장도 만들었네. 그런 다음 금속과 돌과 나무를 다루었고, 특히 금이라는 금속을 아주 풍족하게 만들어 모든 살림살이와 온갖 장비를 금으로 갖추었지. 이 시대를 황금시대라 하네. 여자들이 찾아와 그 시대를 망치기 전의 일이었지. 그 여자들은 요툰헤임에서 왔네.

그다음 신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올라앉아 판결을 내렸고, 난쟁이들이 어디에서 생겨났는지 되짚어 보았네. 난쟁이들은 살 속의 구더기처럼 흙 속과 땅속에서 생겨났지. 난쟁이들은 처음에 이미르의 살 속에서 형체를 갖추고 생명을 얻었으며, 그때는 구더기였네. 그러나 신들의 결정으로 인간의 지각을 갖추고 사람의 모습을 얻었지. 그래도 땅과 돌 속에 산다네. 모트소그니르가 으뜸이고 두린이 둘째였네. 《볼루스파》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그때 모든 권능자들이
판결의 자리로 나아가니,
지극히 성스러운 신들이
그 일을 의논했다.
누가 난쟁이들의
무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
피 묻은 바다와
블라인의 팔다리에서.

그곳에서 사람 모습을 한
많은 이들이 만들어졌으니,
땅속의 난쟁이들이라,
두린이 말한 대로였다.

그리고 여예언자는 그 난쟁이들의 이름을 이렇게 말하네.

뉘이, 니디,
노르드리, 수드리,
아우스트리, 베스트리,
알티오프, 드발린,
나르, 나인,
니핑, 다인,
비푸르, 바푸르,
뵘부르, 노리,
오리, 오나르,
오인, 묘드비트니르.

비그와 간달프,
빈달프, 토린,
필리, 킬리,
푼딘, 발리,
트로르, 트로인,
테크, 리트와 비트르,
뉘르, 뉘라드,
레크, 라드스비드.

다음 이들 또한 난쟁이들인데, 앞서 말한 이들이 흙 속에 사는 데 비해 이들은 돌 속에 사네.

드라우프니르, 돌그트바리,
하르, 후그스타리,
흘레디올프, 글로인,
도리, 오리,
두프, 안드바리,
헤프티필리,
하르, 스비아르.

그리고 다음 이들은 스바린스하우그에서 요루벨리르의 아우르방가르로 왔으며, 로파르도 그들에게서 나왔네. 그들의 이름은 이러하네.

스키르피르, 비르피르,
스카피드, 아이,
알프, 잉그비,
에이킨스캴디,
팔, 프로스티,
피드, 긴나르.”

15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신들의 으뜸가는 거처, 또는 성소는 어디에 있소?”

하르가 대답했다.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에 있네. 신들은 날마다 그곳에서 재판을 열어야 하네.”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곳에 관해 무슨 이야기가 있소?”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그 물푸레나무는 모든 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훌륭하네. 가지는 온 세상으로 뻗어 하늘 위까지 솟아 있지. 나무를 떠받치는 뿌리는 셋인데, 아주 넓게 퍼져 있네. 하나는 아스 신족에게 있고, 다른 하나는 서리 거인들에게 있으니, 옛날 긴눙가가 있던 곳일세. 셋째는 니플헤임 위에 있으며, 그 뿌리 아래에 흐베르겔미르가 있고, 니드호그가 밑에서 뿌리를 갉아먹고 있네.

서리 거인들을 향해 뻗은 뿌리 아래에는 지혜와 지각이 깃든 미미르의 샘이 있네. 그 샘의 주인은 미미르라 하지. 그는 걀라르호른이라는 뿔잔으로 그 샘물을 마시기 때문에 지식이 충만하네. 알푀드르가 그곳을 찾아가 샘물을 한 모금 마시게 해 달라고 청했으나, 자기 눈 하나를 담보로 맡기고서야 얻을 수 있었네. 《볼루스파》에서는 이렇게 말하지.

나는 모두 안다, 오딘이여,
그대가 어디에 눈을 감추었는지,
저 이름 높은
미미르의 샘 속이다.
미미르는 아침마다
벌꿀술을 마신다,
발푀드르가 담보로 맡긴 것에서.
더 알고 싶은가, 아니면 어찌하겠는가?

물푸레나무의 셋째 뿌리는 하늘에 있으며, 그 뿌리 아래에는 우르드의 샘이라는 지극히 성스러운 샘이 있네. 신들의 재판장이 그곳에 있지. 아스 신족은 날마다 비프로스트를 지나 그곳으로 말을 타고 올라가네. 비프로스트는 아스 신족의 다리라고도 하네. 아스 신족의 말 이름은 이러하네. 가장 뛰어난 말은 슬레이프니르이며 오딘의 말일세. 다리가 여덟이지. 둘째는 글라드, 셋째는 길리르, 넷째는 글렌, 다섯째는 스케이드브리미르, 여섯째는 실프린토프, 일곱째는 시니르, 여덟째는 기슬, 아홉째는 팔호프니르, 열째는 굴토프, 열한째는 레트페티일세. 발드르의 말은 그와 함께 화장되었네. 토르는 재판장까지 걸어가며 다음과 같은 이름의 강들을 걸어서 건너지.

쾨르므트와 외르므트,
그리고 두 케를라우가르,
토르는 그 강들을 건너야 한다,
날마다,
재판하러 갈 때면,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로.
아스 신족의 다리가
온통 불길에 타오르고,
성스러운 물이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비프로스트 위에 불이 타오르오?”

하르가 말했다. “무지개에서 붉게 보이는 것이 타오르는 불일세. 건너려는 자라면 누구나 비프로스트를 건널 수 있다면, 서리 거인들과 산거인들이 하늘로 올라오겠지. 하늘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으며, 그곳은 어디나 신의 보호를 받고 있네.

물푸레나무 아래, 샘 곁에 아름다운 전당 하나가 있네. 그 전당에서 세 처녀가 나오는데, 이름은 우르드, 베르단디, 스쿨드일세. 이 처녀들이 사람들의 수명을 정하네. 우리는 그들을 노른이라 부르지. 노른은 그들 말고도 더 있네.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찾아가 수명을 정하는 이들인데, 어떤 이들은 신의 혈통이고, 다른 이들은 요정의 혈통이며, 또 다른 이들은 난쟁이의 혈통일세. 여기서 이렇게 말하듯이.

내 말하노니 노른들은
그 태생이 몹시도 다르며,
한 혈통을 함께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아스 신족의 혈통,
어떤 이들은 요정의 혈통,
어떤 이들은 드발린의 딸들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노른이 인간의 운명을 정한다면, 그들은 몹시 불공평하게 나누어 주는구려. 어떤 이는 풍족하고 좋은 삶을 누리지만, 어떤 이는 재물도 명예도 거의 없으며, 어떤 이는 오래 살고 어떤 이는 짧게 사니 말이오.”

하르가 말했다. “좋은 혈통을 지닌 선한 노른들은 좋은 삶을 정해 주네. 그러나 불운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악한 노른들 때문일세.”

16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그 물푸레나무에 관하여 또 어떤 놀라운 이야기가 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이야기할 것이 많지. 물푸레나무 가지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데,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 독수리의 두 눈 사이에는 베드르폴니르라는 매가 앉아 있지. 라타토스크라는 다람쥐가 물푸레나무를 오르내리며 독수리와 니드호그 사이에 헐뜯는 말을 전한다. 또 사슴 네 마리가 물푸레나무 가지 사이를 뛰어다니며 잎을 뜯어 먹는다. 그 이름은 다인, 드발린, 두네이르, 두라스로르다. 흐베르겔미르에는 니드호그와 함께 있는 뱀들이 너무나 많아 어느 누구도 다 헤아려 말할 수 없다. 여기 이렇게 읊어져 있다.

이그드라실 물푸레나무는
사람들이 아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딘다.
위에서는 사슴이 뜯어 먹고,
옆구리는 썩어 가며,
아래에서는 니드호그가 갉아 먹는다.

또 이렇게도 읊어져 있다.

이그드라실 물푸레나무 아래에는
어리석은 바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뱀들이 누워 있다.
고인과 모인,
그들은 그라프비트니르의 아들들,
그라바크와 그라프뵐루드,
오프니르와 스바프니르가
언제까지나 그 나무의 가지를
갉아 먹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 전해지기를, 우르드의 샘 곁에 사는 노른들은 날마다 샘물을 길어 샘 둘레에 놓인 진흙과 함께 물푸레나무 위에 끼얹는데, 그 가지가 마르거나 썩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 물은 어찌나 성스러운지, 샘에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달걀 껍데기 안쪽에 붙어 있는 스캴이라는 얇은 막처럼 하얗게 된다. 여기 이렇게 읊어져 있듯이 말이다.

나는 한 물푸레나무를 안다,
그 이름은 이그드라실,
희디흰 진흙이 끼얹어진
높고 성스러운 나무.
거기에서 이슬이 나와
골짜기에 내린다.
그 나무는 늘 푸르게 서 있다,
우르드의 샘 위에.

거기서 땅으로 떨어지는 이슬을 사람들은 꿀이슬이라 부르며, 벌들은 그것을 먹고 산다. 우르드의 샘에서는 두 마리의 새가 자라난다. 그 새들은 백조라 불리며, 그 둘에게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새의 무리가 생겨났다.”

17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하늘에 관하여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시는군요. 우르드의 샘 말고 또 어떤 중요한 곳이 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곳에는 훌륭한 곳이 많다. 그중 하나는 알프헤임이라 불린다. 거기에는 빛의 요정이라 불리는 무리가 산다. 어둠의 요정들은 땅속에 사는데, 이들은 빛의 요정들과 생김새도 다르지만 본성은 훨씬 더 다르다. 빛의 요정들은 해보다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어둠의 요정들은 역청보다도 검다. 또 브레이다블리크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그곳보다 아름다운 곳은 없다. 글리트니르라는 곳도 있다. 그 벽과 모든 들보와 기둥은 붉은 황금으로 되어 있고 지붕은 은으로 되어 있다. 또 히민뵤르그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하늘 끝, 비프로스트가 하늘에 닿는 다리 어귀에 서 있다. 또 발라스캴프라는 큰 거처가 있다. 그곳의 주인은 오딘이다. 신들이 그곳을 짓고 순은으로 지붕을 덮었다. 그 전당 안에는 흘리드스캴프라는 옥좌가 있는데, 알푀드르는 그 자리에 앉으면 온 세상을 두루 볼 수 있다. 하늘 남쪽 끝에는 모든 전당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해보다도 밝은 전당이 있는데, 김레라 불린다. 하늘과 땅이 모두 멸망한 뒤에도 그 전당은 서 있을 것이며, 선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그곳에서 영원토록 살 것이다. 『볼루스파』에는 이렇게 읊어져 있다.

나는 한 전당이 서 있음을 안다,
해보다도 아름답고,
황금으로 지붕을 덮은 전당이
김레에 있다.
그곳에는 올곧은
무리가 살며,
영원토록
기쁨을 누리리라.”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수르트의 불길이 하늘과 땅을 태울 때 무엇이 그곳을 지켜 줍니까?”

하르가 말했다. “이 하늘의 남쪽 위로 또 다른 하늘이 있으며, 그 이름은 안들랑그라고 전해진다. 그 위에는 다시 세 번째 하늘이 있는데, 그 이름은 비드블라인이다. 우리는 그 전당이 바로 그 하늘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그곳들에는 빛의 요정들만이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18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바람은 어디서 옵니까? 바람은 큰 바다를 뒤흔들고 불길을 거세게 할 만큼 강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참으로 기묘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러자 하르가 말했다. “그것은 내가 잘 설명해 줄 수 있다. 하늘 북쪽 끝에는 흐레스벨그라는 거인이 앉아 있다. 그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펴면 그 날개 밑에서 바람이 일어난다. 여기 이렇게 읊어져 있다.

흐레스벨그라 불린다,
하늘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 모습을 한 거인은.
그의 날개에서
바람이 나온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 위로.”

19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우니, 어찌하여 이토록 다릅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렇게 박식한 사람이라면 그런 것을 묻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그 까닭을 말할 줄 아니 말이다. 그러나 너 혼자만 그토록 무지하여 이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모른 채 더 오래 지내기보다는 한 번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 편을 나는 좋게 여기겠다. 여름의 아버지는 스바수드라 불린다. 그는 삶이 그토록 즐거워서, 다정한 것을 ‘스바슬리그’라 부르는 말도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겨울의 아버지는 빈들로니라고도 하고 빈드스발이라고도 한다. 그는 바사드의 아들이며, 그 일족은 사납고 마음이 냉혹했다. 겨울도 그들의 성정을 물려받았지.”

20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사람들이 마땅히 믿고 섬겨야 할 아스 신족은 누구입니까?”

하르가 말했다. “신성을 지닌 아스 신족 남신은 열둘이다.”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여신들도 그에 못지않게 성스러우며, 그 권능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자 트리디가 말했다. “오딘은 아스 신족 가운데 가장 높고 가장 오래된 신이다. 그는 만사를 다스리며, 다른 신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모두 자식이 아버지를 섬기듯 그를 섬긴다. 그의 아내는 프리그다. 그녀는 사람들의 운명을 알지만 예언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여기 전해지는 대로, 오딘이 로키라는 아스 신족 신에게 몸소 한 말과 같지.

너는 미쳤구나, 로키,
정신이 나갔구나.
어찌 잠자코 있지 않느냐, 로키?
프리그는 모든 운명을
알고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그녀가 스스로 말하지 않을 뿐.

오딘은 모든 신의 아버지이기에 알푀드르라 불린다. 또 전장에서 쓰러지는 자들이 모두 그가 택한 아들이기에 발푀드르라 불린다. 그는 그들에게 발할라와 빙골프를 거처로 정해 주며, 그들은 그때부터 에인헤랴르라 불린다. 그는 또한 항가구드, 하프타구드, 파르마구드라 불리며, 게이르뢰드 왕에게 갔을 때에는 그 밖에도 여러 이름으로 자신을 일컬었다.

나는 그림이라 불렸고,
강글레리,
헤랸, 햘름베리,
테크, 트리디,
투드, 우드,
헬블린디, 하르, 사드, 스비팔,
산게탈,
헤르테이트, 흐니카르,
빌레이그, 발레이그,
볼베르크, 푤니르,
그림니르, 글라프스비드, 푤스비드,
시드회트, 시드스케그,
시그푀드르, 흐니쿠드,
알푀드르, 아트리드, 파르마티르,
오스키, 오미,
야픈하르, 비플린디,
괸들리르, 하르바르드,
스비두르, 스비드리르,
얄크, 캴라르, 비두르,
트로르, 이그, 툰드,
바크, 스킬핑그,
바푸드, 흐로프타티르,
가우트, 베라티르.”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분께 참으로 많은 이름을 붙이셨군요. 이 이름들 하나하나가 어떤 사건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까닭과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학식이 깊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자 하르가 말했다. “그것을 낱낱이 되짚어 보려면 대단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이름은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가 많고 모든 민족이 저마다 그를 부르고 기도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자기 언어로 바꾸어야 한다고 여긴 데서 생겨났다. 다만 그 이름들 가운데 일부는 그가 여행 중에 겪은 사건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일들은 이야기로 전해진다. 그런 큰 사건들을 이야기할 줄 모른다면 너는 박식한 사람이라 불릴 수 없을 것이다.”

21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다른 아스 신족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들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업적을 세워 명성을 얻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는 토르로, 아사 토르 또는 외쿠 토르라 불린다. 그는 모든 신과 인간 가운데 가장 힘이 세다. 그가 다스리는 곳은 트루드방가르라 불리며, 그의 전당 이름은 빌스키르니르다. 그 전당에는 방이 오백 마흔 개 있다. 사람이 아는 한 가장 큰 집이지. 『그림니르가 말하기를』에는 이렇게 읊어져 있다.

오백 개의 방에
마흔 개를 더한 만큼,
빌스키르니르에는 굽이굽이 방이 있으리라.
내가 알기로
지붕이 덮인 집들 가운데
내 아들의 집이 가장 크다.

토르에게는 탄그뇨스트와 탄그리스니르라는 염소 두 마리가 있고, 그가 타는 수레가 있는데, 그 염소들이 수레를 끈다. 그래서 그는 외쿠 토르라 불린다. 그에게는 보물도 세 가지 있다. 그 하나는 망치 묠니르로, 서리 거인들과 산 거인들은 그것이 허공으로 치켜들어지는 순간 알아본다. 그럴 만도 하지. 그 망치는 그들의 아버지나 친족의 머리통을 수없이 깨뜨렸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또 다른 훌륭한 보물인 힘의 허리띠가 있다. 그것을 몸에 두르면 그의 신적인 힘이 절반만큼 더 늘어난다. 세 번째 물건도 매우 귀중하다. 그것은 쇠장갑인데, 망치 자루를 잡을 때에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의 위업을 모두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박식한 사람은 없다. 그래도 내가 아는 이야기를 전부 들려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나는 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다.”

22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다른 아스 신족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하르가 말했다. “오딘의 또 다른 아들은 발드르이며, 그에 관해서는 좋은 이야기만 할 수 있다. 그는 가장 훌륭한 신으로, 모두가 그를 찬양한다. 그의 모습은 어찌나 아름답고 환한지 빛이 뿜어져 나온다. 어떤 풀은 몹시 희어서 발드르의 속눈썹에 견주어지는데, 모든 풀 가운데 가장 희다. 그것으로 그의 머리카락과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아스 신족 가운데 가장 지혜롭고, 말이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자비롭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이 내린 어떤 판결도 이루어지지 않는 특성이 따른다. 그는 브레이다블리크라는 곳에 살며, 그곳은 하늘에 있다. 그곳에는 부정한 것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여기 이렇게 읊어져 있듯이 말이다.

브레이다블리크라 불린다,
발드르가 자신을 위해
전당들을 지어 둔 곳은.
내가 아는 한
그 땅에는 흉악한 일이
가장 적게 깃들어 있다.

23

세 번째 아스 신족 신은 뇨르드라 불린다. 그는 하늘의 노아툰이라는 곳에 산다. 그는 바람의 움직임을 다스리며 바다와 불을 잠재운다. 항해와 고기잡이를 위해서는 그를 불러야 한다. 그는 재물이 풍부하고 부유하여, 자신을 부르는 이들에게 땅이나 동산의 부를 줄 수 있다. 그런 것을 얻으려면 그를 불러야 한다. 뇨르드는 아스 신족 혈통이 아니다. 그는 바나헤임에서 자랐으나, 반 신족이 그를 신들에게 인질로 보내고 그 대신 회니르라는 이를 인질로 받았다. 그는 신들과 반 신족 사이의 화해의 징표가 되었다.

뇨르드에게는 스카디라는 아내가 있는데, 거인 티아지의 딸이다. 스카디는 아버지가 소유했던 거처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곳은 어느 산속에 있으며 트림헤임이라 불린다. 그러나 뇨르드는 바다 가까이에 있고 싶어 한다. 둘은 트림헤임에서 아흐레 밤을 지내고, 그다음에는 노아툰에서 아흐레 밤을 지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뇨르드는 산에서 노아툰으로 돌아오자 이렇게 노래했다.

산은 내게 싫구나,
오래 머물지도 않았건만,
고작 아흐레 밤이었건만.
늑대들의 울부짖음은
내게 듣기 괴로웠다,
백조의 노래에 견주니.

그러자 스카디는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잠들 수 없었다,
바닷가의 잠자리에서,
새의 울음소리 때문에.
넓은 바다에서 날아오는
그 갈매기가 나를 깨운다,
아침마다.

그러고는 스카디가 산으로 올라가 트림헤임에 살았다. 그녀는 자주 스키를 타고 활을 지닌 채 돌아다니며 짐승을 쏜다. 그녀는 스키의 신 또는 스키의 여신이라 불린다. 이렇게 읊어져 있다.

트림헤임이라 불린다,
티아지가 살던 곳은,
그 힘센 거인이.
그러나 이제는 신들의 빛나는 신부,
스카디가 살고 있다,
아버지의 옛 집터에.

24

노아툰의 뇨르드는 그 뒤 두 아이를 얻었다. 아들의 이름은 프레이였고, 딸의 이름은 프레이야였다. 둘은 용모가 아름답고 힘이 강했다. 프레이는 아스 신족 가운데 가장 빼어난 신이다. 그는 비와 햇빛을 다스리고, 그에 따라 땅의 결실도 다스리니, 풍년과 평화를 바라며 그에게 기원하면 좋다. 그는 사람들의 재물운도 다스린다. 프레이야는 아스 여신들 가운데 가장 빼어나다. 그녀는 하늘에 폴크방이라는 거처를 가지고 있다. 어디로 싸우러 말을 타고 나가든, 전사자의 절반은 그녀의 몫이고 절반은 오딘의 몫이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 바와 같다.

폴크방이라 불리는 곳,
그곳 전당에서 프레이야가
자리의 배정을 다스린다.
전사자의 절반을
그녀는 날마다 고르고,
나머지 절반은 오딘의 몫이다.

그녀의 전당 세스룸니르는 크고 아름답다. 길을 나설 때면 고양이 두 마리가 끄는 수레에 올라탄다. 그녀는 자신에게 기원하는 사람들의 청을 가장 잘 들어준다. 귀부인들을 프루라 부르는 존칭도 그녀의 이름에서 나왔다. 그녀는 사랑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사랑을 바라며 그녀에게 기원하면 좋다.”

25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이 아스 신족은 참으로 대단해 보입니다. 그대들이 신들의 사정을 알고, 어떤 소원을 누구에게 빌어야 하는지 안다니, 그대들에게 큰 힘이 따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신들이 더 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티르라는 아스 신도 있다. 그는 가장 용감하고 담력이 뛰어나며, 전투의 승패를 크게 좌우한다. 용사들이 그에게 기원하면 좋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앞뒤를 재지 않는 사람을 두고 ‘티르처럼 용맹하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는 지혜롭기도 해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을 두고 ‘티르처럼 현명하다’고도 한다. 그의 용기를 보여주는 일이 하나 있다. 아스 신족이 펜리르 늑대를 꾀어 글레이프니르라는 족쇄를 채우려 했을 때, 늑대는 티르의 손을 제 입에 담보로 넣어주기 전에는 그들이 자신을 풀어주리라고 믿지 않았다. 아스 신족이 풀어주려 하지 않자 늑대는 지금 ‘늑대 관절’이라 부르는 곳에서 그의 손을 물어 끊었다. 그래서 그는 외손이며, 사람들을 화해시키는 신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26

브라기라는 신도 있다. 그는 지혜로 이름 높으며, 특히 뛰어난 말솜씨와 유창한 언변으로 유명하다. 그는 시에 관해 가장 잘 안다. 그에게서 유래하여 시를 브라그라 부르며, 남자든 여자든 남들보다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을 그의 이름을 따서 남자들의 브라그 또는 여자들의 브라그라 부른다. 그의 아내는 이둔이다. 그녀는 나무 상자에 사과들을 간직하고 있는데, 신들은 늙으면 그 사과를 베어 먹어야 한다. 그러면 모두 젊어지며, 라그나로크가 올 때까지 줄곧 그러할 것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신들은 이둔의 보살핌과 신의에 참으로 많은 것을 맡겨두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자 하르가 웃으며 말했다. “한번은 그 때문에 큰일이 날 뻔했지. 그 이야기도 해줄 수 있지만, 우선은 아스 신들의 이름을 더 들어보아라.

27

헤임달이라는 신도 있다. 그는 흰 아스 신이라 불린다. 그는 위대하고 신성하다. 아홉 처녀가 그를 아들로 낳았는데, 모두 자매였다. 그는 할린스키디, 굴린탄니라고도 불린다. 그의 이는 황금으로 되어 있었다. 그의 말 이름은 굴토프르다. 그는 비프로스트 곁의 히민뵤르그라는 곳에 산다. 그는 신들의 파수꾼으로, 하늘 끝에 앉아 산거인들에게서 다리를 지킨다. 그는 새보다도 잠이 적다. 밤에도 낮과 다름없이 백 라스트(거리 단위) 밖까지 내다본다. 땅에서 풀이 자라는 소리나 양에게서 털이 자라는 소리를 비롯하여, 그보다 큰 소리는 무엇이든 듣는다. 그는 걀라르호른이라는 나팔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부는 소리는 모든 세계에 들린다. 헤임달의 칼은 ‘사람의 머리’라 불린다. 여기서는 이렇게 말한다.

히민뵤르그라 불리는 곳,
그곳에서 헤임달이
성소들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곳 평온한 집에서
신들의 파수꾼은 기꺼이
좋은 벌꿀술을 마신다.

또 그는 직접 「헤임달의 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아홉 어머니의 아들,
나는 아홉 자매의 아들.

28

아스 신 가운데 회드라는 신이 있다. 그는 눈이 멀었다. 힘은 무척 세지만, 신들은 이 아스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릴 필요가 없기를 바랄 것이다. 그의 손이 저지른 일은 신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29

비다르라는 신도 있는데, 말없는 아스 신이다. 그는 두꺼운 신발을 신고 있다. 힘은 토르 다음으로 세다. 신들은 온갖 시련 속에서 그를 크게 의지한다.

30

알리 또는 발리라는 신도 있는데, 오딘과 린드의 아들이다. 그는 전투에서 용감하며, 쏘는 것마다 아주 잘 맞힌다.

31

울르라는 신도 있는데, 시프의 아들이며 토르의 의붓아들이다. 그는 활을 잘 쏘고 스키에 능하여 누구도 그와 겨룰 수 없다. 또한 용모가 아름답고 전사의 재주를 갖추었다. 결투할 때 그에게 기원하면 좋다.

32

포르세티는 발드르와 네프의 딸 난나의 아들이다. 그는 하늘에 글리트니르라는 전당을 가지고 있다. 송사로 다투다가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화해하고 돌아간다. 그곳은 신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훌륭한 재판소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다.

글리트니르라 불리는 전당,
황금 기둥으로 받치고
은으로 지붕을 덮었다.
그곳에서 포르세티는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며
모든 송사를 잠재운다.

33

아스 신족으로 꼽히는 이가 또 있는데, 어떤 이들은 그를 아스 신족 사이에 불화를 퍼뜨리는 자, 기만을 처음 일으킨 자, 모든 신과 인간의 수치라 부른다. 그는 로키 또는 로프트라 불리며, 거인 파르바우티의 아들이다. 어머니의 이름은 라우페이 또는 날이다. 형제들은 뷜레이스트와 헬블린디다. 로키는 용모가 곱고 아름다우나 성품이 악하며, 행실이 몹시 변덕스럽다. 그는 간교함이라 불리는 지략과 온갖 계략에서 남들보다 뛰어났다. 늘 아스 신족을 큰 곤경에 빠뜨렸으며, 꾀를 써서 그들을 구해내는 일도 잦았다. 그의 아내는 시긴이며, 둘의 아들은 나리 또는 나르비다.

34

로키에게는 아이들이 더 있었다. 요툰헤임에 앙그르보다라는 여자 거인이 살았다. 로키는 그녀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얻었다. 하나는 펜리르 늑대였고, 둘째는 요르문간드, 곧 미드가르드의 뱀이었으며, 셋째는 헬이었다. 신들은 이 세 남매가 요툰헤임에서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예언을 살펴 이 남매에게서 큰 해악과 불행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아냈다. 모두들 어머니의 혈통만 보아도 큰 악이 생기리라 여겼고, 아버지의 혈통을 보면 더욱 나쁘리라 여겼다. 그러자 알푀드르는 신들을 보내 아이들을 붙잡아 자기에게 데려오게 했다.

아이들이 그에게 오자, 그는 뱀을 모든 땅을 에워싼 깊은 바다에 던졌다. 뱀은 무럭무럭 자라 바다 한가운데서 모든 땅을 휘감고 제 꼬리를 물게 되었다. 헬은 니플헤임에 던져 아홉 세계를 다스릴 권한을 주고, 그녀에게 보내지는 자들, 곧 병이나 노환으로 죽은 이들에게 거처와 양식을 나누어주게 했다. 그녀는 그곳에 넓은 거처를 가지고 있으며, 담장은 몹시 높고 문도 크다. 그녀의 전당은 엘류드니르, 접시는 훙그르, 칼은 술트르, 남자 종은 강글라티, 여자 종은 강글뢰트, 안으로 들어가는 문턱은 팔란다포라드, 침상은 쾨르, 침상 휘장은 블리캰다뵐이라 불린다. 그녀의 몸은 절반이 검푸르고 절반은 살빛이다. 그래서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 사납게 생겼다.

늑대는 아스 신족이 자기들의 거처에서 길렀는데, 티르만이 감히 다가가 먹이를 주었다. 신들은 늑대가 날마다 얼마나 크게 자라는지 보았고, 모든 예언은 늑대가 그들에게 해를 끼칠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스 신족은 아주 튼튼한 족쇄를 만들어 레이딩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들은 그것을 늑대에게 가져가 족쇄를 상대로 힘을 시험해보라고 했다. 늑대는 자기 힘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 여겨 그들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었다. 그러나 늑대가 처음 힘을 주어 버티자마자 족쇄는 부서졌다. 그렇게 그는 레이딩에서 풀려났다.

그다음 아스 신족은 두 배로 튼튼한 족쇄를 만들어 드로미라 부르고, 늑대에게 그 족쇄로 다시 힘을 시험해보라고 했다. 이처럼 거대한 물건으로도 그를 붙잡아둘 수 없다면 힘으로 크게 이름을 떨치리라고 말했다. 늑대는 이 족쇄가 아주 튼튼하다고 생각했으나, 레이딩을 부순 뒤로 자신의 힘도 더 세어졌다고 생각했다. 이름을 떨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 몸에 족쇄를 채우게 했다. 아스 신족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자, 늑대는 몸을 흔들고 족쇄를 땅에 내리쳤다. 온 힘을 다해 몸부림치고 버티어 족쇄를 부수니, 부서진 조각들이 멀리 날아갔다. 그렇게 그는 드로미를 떨쳐 벗어났다. 그 뒤로 무슨 일이든 맹렬하게 밀어붙일 때면 ‘레이딩에서 풀려나다’ 또는 ‘드로미를 떨쳐 벗어나다’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

그 일이 있은 뒤 아스 신족은 늑대를 묶을 수 없을까 두려워했다. 그러자 알푀드르는 프레이의 심부름꾼인 스키르니르라는 이를 스바르트알프헤임의 난쟁이들에게 내려보내 글레이프니르라는 족쇄를 만들게 했다. 그것은 여섯 가지로 만들었다. 고양이의 발소리, 여자의 수염, 산의 뿌리, 곰의 힘줄, 물고기의 숨결, 새의 침이었다. 네가 이 이야기를 전에는 몰랐더라도, 내가 네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참된 증거는 이제 곧 찾아볼 수 있다. 여자에게는 수염이 없고, 고양이는 달려도 발소리가 나지 않으며, 산 아래에는 뿌리가 없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맹세코, 내가 네게 말한 것은 모두 그와 마찬가지로 참되다. 네가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이 더러 있더라도 말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이것이 참말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습니다. 그대가 방금 예로 든 것들은 제가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족쇄는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졌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것은 잘 말해줄 수 있다. 족쇄는 비단 조각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웠지만, 얼마나 질기고 튼튼했는지는 이제 듣게 될 것이다. 족쇄가 아스 신족에게 전해지자, 그들은 심부름을 마친 사자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그러고는 암스바르트니르라는 호수에 있는 링비라는 작은 섬으로 가서 늑대도 불러 함께 데려갔다. 그들은 늑대에게 비단 끈을 보여주며 끊어보라고 했다. 그 굵기로 짐작되는 것보다는 좀 더 질기다고 말하며, 서로 건네주고 손의 힘으로 잡아당겼으나 끊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늑대라면 끊을 수 있으리라고 말했다.

그러자 늑대가 대답했다. ‘내가 보기에는 이런 가느다란 끈을 끊어보았자 이름을 떨칠 수는 없겠구나. 하지만 보기에 작더라도 마법과 속임수로 만든 것이라면, 그 끈은 내 다리에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스 신족은 그가 앞서 커다란 쇠 족쇄들도 부쉈으니, 가느다란 비단 끈쯤은 곧 끊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끈을 끊을 수 없다면, 너는 신들을 두렵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때는 우리가 너를 풀어주마.’

늑대가 말했다. ‘너희가 나를 묶어 스스로 풀려날 수 없게 하면, 너희는 교묘하게 나를 속여 도와주기를 한없이 미룰 것이다. 이 끈을 내 몸에 채우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너희가 내 용기를 헐뜯게 하느니, 너희 가운데 하나가 내 입에 손을 넣어 이 일에 속임수가 없다는 담보로 삼아라.’

아스 신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 곤란한 일이 두 가지가 되었다고 여겼으며, 아무도 제 손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마침내 티르가 오른손을 내밀어 늑대의 입에 넣었다. 늑대가 힘을 주어 버티자 끈이 팽팽해졌고, 몸부림칠수록 더욱 세게 조여들었다. 그러자 티르만 빼고 모두 웃었다. 그는 손을 잃었다.

아스 신족은 늑대가 완전히 묶였음을 보고, 족쇄에 달린 겔갸라는 사슬을 잡아 굘이라는 커다란 바위판에 꿰었다. 그리고 그 바위판을 땅속 깊이 박았다. 그다음에는 트비티라는 큰 돌을 가져다 땅속 더 깊이 박아 넣고, 그 돌을 사슬의 고정 말뚝으로 삼았다. 늑대는 입을 크게 벌리고 몹시 몸부림치며 그들을 물려고 했다. 그들은 늑대의 입에 칼 한 자루를 쑤셔 넣었다. 칼자루의 가로막이는 아래턱에 걸리고 칼끝은 위턱에 닿았다. 그것이 늑대의 입을 벌려놓는 버팀대가 되었다. 늑대는 끔찍하게 울부짖으며 입에서 침을 흘린다. 그것이 반이라는 강이다. 그는 라그나로크가 올 때까지 그곳에 누워 있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로키는 참으로 끔찍한 자식들을 얻었군요. 하지만 이 남매는 하나같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아스 신족은 늑대에게서 해악이 닥치리라 예상하면서도 왜 그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신들은 자신들의 성소와 평화가 보장된 곳들을 그토록 소중히 여겨, 늑대가 오딘을 죽이게 되리라는 예언에도 불구하고 그 피로 그곳을 더럽히려 하지 않았다.”

35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아스 여신들은 누구입니까?”

하르가 말했다. “프리그가 가장 높다. 그녀는 펜살리르라는 거처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곳은 매우 장엄하다. 둘째는 사가다. 그녀는 소크바베크에 사는데, 그곳은 넓고 훌륭한 곳이다. 셋째는 에이르다. 그녀는 가장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 넷째는 게피온이다. 그녀는 처녀이며, 처녀로 죽은 여자들이 그녀를 섬긴다. 다섯째는 풀라다. 그녀 또한 처녀로, 머리를 풀어 늘어뜨리고 머리에 금띠를 두른다. 그녀는 프리그의 함을 들고 다니며 신발을 돌보고, 프리그와 은밀한 의논을 나눈다.

프레이야는 프리그와 더불어 가장 존귀하다. 그녀는 오드라는 남자와 혼인했다. 그들의 딸은 흐노스다. 흐노스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아름답고 귀한 물건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흐노시르라고 부른다. 오드는 먼 길을 떠났고, 프레이야는 그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데, 그녀의 눈물은 붉은 금이다. 프레이야에게는 이름이 많다. 그 까닭은 오드를 찾아 낯선 민족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스스로 여러 이름을 썼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르돌, 회른, 게픈, 쉬르라고도 불린다. 프레이야는 브리싱가멘을 소유했다. 그녀는 바나디스라고도 불린다.

일곱째는 쇼픈이다. 그녀는 여자든 남자든 사람들의 마음이 사랑으로 향하도록 힘쓴다. 그래서 사랑하는 마음을 그녀의 이름을 따서 샤프니라고 부른다. 여덟째는 로픈이다. 그녀는 몹시 자애로우며 간청을 잘 들어 주므로, 전에는 금지되었거나 단호히 거절당한 듯한 경우에도 알푀드르나 프리그에게서 여자와 남자가 맺어질 허락을 받아 낸다. 허락을 로프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의 이름에서 비롯되었으며, 사람들이 그녀를 크게 칭송한다는 말도 그러하다. 아홉째는 바르다. 그녀는 사람들이 하는 맹세와 여자와 남자가 서로 맺는 사사로운 약속을 듣는다. 그래서 그런 약속을 바라르라고 부른다. 그녀는 약속을 저버리는 자들에게 복수한다. 열째는 보르다. 그녀는 지혜롭고 캐묻기를 잘하여, 어떤 일도 그녀에게 숨길 수 없다. 여자가 무엇을 알게 되면 그것을 ‘보르가 되었다’고 하는 표현은 여기서 나왔다.

열한째는 쉰이다. 그녀는 전당의 문을 지키며 들어와서는 안 되는 자들 앞에서 문을 닫는다. 또한 민회에서는 자신이 거짓임을 밝히려는 송사를 막는 일을 맡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부인할 때 ‘쉰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열두째는 흘린이다. 그녀는 프리그가 어떤 위험에서든 구해 주고자 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맡는다. 여기서 위험을 피하는 사람을 두고 ‘흘레이니르’라고 하는 표현이 나왔다. 열셋째는 스노트라다. 그녀는 지혜롭고 몸가짐이 단정하다. 절제할 줄 아는 여자나 남자를 스노트르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열넷째는 그나다. 프리그는 자신의 심부름을 시키려고 그녀를 여러 세계로 보낸다. 그녀에게는 하늘과 바다를 달리는 말이 있는데, 그 이름은 호프바르프니르다. 언젠가 그녀가 말을 타고 가는데, 반 신족 몇몇이 그녀가 공중을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들 가운데 하나가 말했다.

‘저기 날아가는 것은 무엇인가,
저기 가는 것은 무엇인가,
저 하늘을 미끄러져 가는 것은?’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날지 않는다,
다만 달려가며
하늘을 미끄러져 갈 뿐,
호프바르프니르를 타고.
함스케르피르가
가르드로파와 낳은 말이지.’

높이 솟은 것을 두고 ‘그네파르’라고 하는 말은 그나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솔과 빌도 아스 여신들에 속하지만, 그들의 본성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했다.”

36

“그 밖에도 발할라에서 술을 나르고 식기와 술잔을 돌보며 섬기는 여자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그림니르가 말하기를」에 이렇게 나온다.

흐리스트와 미스트가
내게 뿔잔을 가져오기를 바라노라,
스케기욜드와 스코굴,
힐드와 트루드,
흘로크와 헤르표투르,
골과 게이라회드,
란드그리드와 라드그리드,
그리고 레긴레이프,
그들이 에인헤랴르에게 맥주를 나른다.

이들은 발키리라고 불린다. 오딘은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이들을 보낸다. 이들은 사람들 가운데 죽을 자를 고르고 승패를 결정한다. 군과 로타, 그리고 스쿨드라는 가장 어린 노른은 언제나 말을 타고 나가 전사할 자들을 고르고 싸움의 향방을 결정한다. 토르의 어머니 요르드와 발리의 어머니 린드도 아스 여신들에 속한다.”

37

“기미르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아우르보다였다. 그녀는 산거인의 혈통이었다. 그들의 딸은 게르드로, 모든 여자 가운데 가장 아름다웠다. 어느 날 프레이가 흘리드스캴프에 올라 온 세상을 둘러보았다. 북쪽을 바라보니 어느 거처에 크고 아름다운 집이 있었고, 한 여자가 그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두 손을 들어 자기 앞의 문을 열자, 그 손에서 하늘과 바다로 빛이 퍼져 나가 온 세상이 그녀로 말미암아 밝아졌다. 프레이는 그 성스러운 자리에 앉은 크나큰 오만의 대가로 이처럼 슬픔에 잠긴 채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도 자지 않고 마시지도 않았다. 누구도 감히 그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러자 뇨르드가 프레이의 시종 스키르니르를 불러, 프레이에게 가서 말을 걸고 누구에게 그토록 화가 나서 사람들과 말도 하지 않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스키르니르는 가겠다고 했지만 내키지 않았고, 그에게서 험한 대답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이에게 간 스키르니르는 어째서 그토록 풀이 죽어 사람들과 말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프레이는 아름다운 여자를 보았으며, 그녀 때문에 너무나 괴로워 그녀를 얻지 못하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니 이제 네가 가서 나를 위해 그녀에게 청혼하고, 그녀의 아버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녀를 이리로 데려와야겠다. 그 보답은 넉넉히 하마.’

스키르니르는 그 심부름을 가겠지만, 프레이가 자기에게 검을 주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 검은 스스로 싸울 만큼 훌륭한 검이었다. 프레이는 그것 때문에 일이 막히게 두지 않고 그에게 검을 주었다. 스키르니르는 가서 프레이를 위해 그녀에게 청혼하여 승낙을 받아 냈다. 아흐레 뒤에 그녀는 바레이란 곳으로 와서 프레이와 혼례를 올리기로 했다. 스키르니르가 심부름의 결과를 프레이에게 전하자, 프레이는 이렇게 읊었다.

하룻밤도 길고,
이튿밤도 긴데,
사흘 밤을 어찌 견딜까?
내게는 흔히 한 달도
더 짧게 느껴졌건만,
이 혼인을 기다리는 반밤보다.

프레이가 벨리와 싸울 때 그토록 무기가 없어 사슴뿔로 그를 죽인 까닭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프레이 같은 위대한 우두머리가 그만큼 좋은 다른 검도 없으면서 자기 검을 내주려 했다니 참으로 놀랍습니다. 벨리라는 자와 싸울 때 그것이 그에게 엄청난 곤경을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맹세컨대, 그때는 검을 준 일을 후회했을 것입니다.”

하르가 대답했다. “벨리와 맞붙었을 때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다. 프레이는 맨손으로도 그를 죽일 수 있었다. 무스펠의 아들들이 쳐들어올 때가 되면, 프레이는 검을 잃은 일이 훨씬 더 뼈아프게 느껴질 것이다.”

38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 전투에서 쓰러진 사람들은 모두 이제 발할라의 오딘에게 갔다고 하셨습니다. 오딘은 그들에게 어떤 양식을 마련해 줍니까? 그곳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듯합니다.”

하르가 대답했다. “네 말이 옳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지만, 늑대가 올 때면 그마저도 너무 적다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발할라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세흐림니르라는 수퇘지의 고기는 그들 모두가 먹기에 넉넉하다. 그 돼지는 날마다 삶아지지만 저녁이면 온전해진다. 다만 네가 지금 묻는 이 물음에 관해서는, 참되게 이야기할 만큼 아는 사람이 드물 듯하구나. 요리사의 이름은 안드흐림니르이며, 솥의 이름은 엘드흐림니르다. 이렇게 전해진다.

안드흐림니르는
엘드흐림니르에서
세흐림니르를 삶는다,
고기 가운데 으뜸인 것을.
그러나 아는 이는 드물다,
에인헤랴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오딘도 에인헤랴르와 같은 음식을 먹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는 자기 식탁에 놓인 음식을 자신이 기르는 두 늑대에게 주는데, 그들의 이름은 게리와 프레키다. 그 자신에게는 음식이 필요 없다. 포도주가 그에게는 음료이자 음식이다. 이렇게 전해진다.

게리와 프레키를
싸움에 익숙한,
영광스러운 군세의 아버지가 배불리 먹인다.
그러나 포도주만으로
무기로 이름 높은
오딘은 언제나 살아간다.

까마귀 두 마리가 그의 어깨에 앉아, 보고 들은 소식을 모두 그의 귓가에 전한다. 그들의 이름은 후긴과 무닌이다. 그는 동틀 무렵 그들을 내보내 온 세상을 날아다니게 하며, 그들은 아침 식사 때 돌아온다. 이 덕분에 그는 많은 소식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까마귀의 신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전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후긴과 무닌은
날마다 날아다닌다,
드넓은 대지 위를.
나는 후긴이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지만,
무닌이 더욱 걱정된다.”

39

그러자 강글레리가 물었다. “에인헤랴르에게는 음식처럼 넉넉하게 마실 수 있는 무엇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곳에서는 물을 마십니까?”

하르가 말했다. “알푀드르가 왕들이나 야를들, 그 밖의 권세 있는 사람들을 불러 놓고 물을 마시게 하겠느냐고 묻다니, 이번에는 이상한 질문을 하는구나. 맹세컨대, 발할라에 오는 많은 이들은 죽기까지 상처와 고통을 견뎌 냈는데, 그곳에서 더 나은 환대를 받지 못한다면 물 한 모금에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고 여길 것이다. 그곳에 관해 다른 이야기를 해 주마. 헤이드룬이라는 암염소가 발할라 위에 서서 레라드라는 매우 이름난 나무의 가지에서 잎을 뜯어 먹는다. 그 젖꼭지에서는 봉밀주가 흘러나와 날마다 큰 술통을 하나 가득 채운다. 그 양이 어찌나 많은지 에인헤랴르가 모두 흠뻑 취할 수 있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들에게 참으로 쓸모 있는 염소로군요. 그 염소가 뜯어 먹는 나무도 더없이 훌륭한 나무일 것입니다.”

하르가 말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에이크쉬르니르라는 수사슴이다. 그 사슴도 발할라 위에 서서 그 나무의 가지를 뜯어 먹는다. 그 뿔에서 물방울이 어찌나 많이 떨어지는지, 아래에 있는 흐베르겔미르로 흘러들어 다음과 같은 이름의 강들이 거기서 흘러나온다. 시드, 비드, 세킨, 에킨, 스뵐, 군트로, 표름, 핌불툴, 기풀, 괴풀, 괴물, 게이르비물이다. 이 강들은 아스 신족의 거처를 가로질러 흐른다. 또 이런 이름의 강들도 있다. 튄, 빈, 퇼, 횔, 그라드, 군트라인, 뉘트, 뇌트, 뇬, 흐뢴, 비나, 베그스빈, 티오드누마다.”

40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지금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발할라는 엄청나게 큰 집일 것입니다. 문 앞이 몹시 붐빌 때가 많겠군요.”

하르가 대답했다. “어째서 그 전당에 문이 몇 개나 있는지, 또는 얼마나 큰지는 묻지 않느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누구든 원하는 대로 드나들지 못하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말하건대, 그곳에 자리를 잡는 일도 그곳으로 들어가는 일만큼이나 비좁을 것이 없다. 「그림니르가 말하기를」에서 이 대목을 들어 보아라.

오백 개의 문에
마흔 개를 더한 만큼,
발할라에 문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팔백 명의 에인헤랴르가
한꺼번에 한 문으로 나간다,
늑대와 싸우러 떠날 때면.”

41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발할라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이 있군요. 내 믿음을 걸고 말하건대, 그토록 큰 군대를 거느리는 오딘은 참으로 위대한 군주입니다. 그런데 에인헤랴르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 무엇을 즐깁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들은 날마다 옷을 입고 나면 무장을 갖추고 뜰로 나가 싸우며 서로를 쓰러뜨린다. 그것이 그들의 놀이다. 그러다 아침 끼니때가 가까워지면 말을 타고 발할라로 돌아와 술자리에 앉는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 바와 같다.

모든 에인헤랴르는
오딘의 뜰에서
날마다 서로 칼을 휘두른다.
죽을 자들을 골라내고
싸움터에서 말을 타고 돌아와
다시 화목하게 함께 앉는다.

네가 한 말은 참으로 옳다. 오딘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것을 보여 주는 예는 많다. 아스 신족 자신들의 말에도 이렇게 나와 있다.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은
나무 가운데 으뜸이요,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배 가운데,
오딘은 아스 신족 가운데,
슬레이프니르는 말 가운데,
비프로스트는 다리 가운데,
브라기는 시인 가운데,
하브로크는 매 가운데,
가름은 개 가운데 으뜸이다.”

42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 말 슬레이프니르는 누구의 소유이며, 그 말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너는 슬레이프니르에 관해 알지 못하고, 그 말이 태어나게 된 사연도 모르는구나. 하지만 그 이야기는 네가 듣기에 흥미로울 것이다. 신들이 터전을 잡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신들이 미드가르드를 세우고 발할라를 지은 뒤에 어떤 장인이 찾아왔다. 그는 산거인과 서리거인들이 미드가르드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든든하고 안전하게 막아 낼 만큼 훌륭한 성벽을 한 해 반 만에 지어 주겠다고 했다. 그 대가로 프레이야를 아내로 얻고, 해와 달도 받겠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아스 신족은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의논했고, 장인과 이런 계약을 맺었다. 그가 한겨울 동안 성벽을 완성한다면 요구한 것을 얻되, 여름 첫날에 성벽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면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그 일에 누구의 도움도 받아서는 안 되었다. 그들이 이 조건을 말해 주자, 그는 스바딜파리라는 자기 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로키가 권하여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그는 겨울 첫날부터 성벽을 짓기 시작했고, 밤이면 말을 부려 돌을 날랐다. 아스 신족은 그 말이 그토록 커다란 바위들을 끄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말은 장인보다 배나 되는 힘든 일을 해냈다. 그들의 계약에는 확실한 증인들과 수많은 맹세가 따랐다. 토르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면 거인으로서는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지 않고 아스 신족과 함께 있는 것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때 토르는 트롤들을 때려잡으러 동쪽으로 떠나 있었다.

겨울이 지나가면서 성벽을 쌓는 일은 크게 진척되었다. 성벽은 너무도 높고 튼튼하여 공격할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여름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성문도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자 신들은 재판석에 앉아 대책을 의논하며 서로에게 물었다. 누가 프레이야를 요툰헤임으로 시집보내거나, 하늘에서 해와 달을 떼어 거인들에게 줌으로써 대기와 하늘을 그토록 망쳐 놓자고 했느냐는 것이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온갖 악한 일을 꾸미는 자인 라우페이의 아들 로키가 이 일을 꾸몄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들은 장인이 보수를 받지 못하게 할 방도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로키는 비참하게 죽어 마땅하다고 말하며 그를 몰아붙였다. 겁이 난 로키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장인이 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맹세했다.

바로 그날 저녁, 장인이 스바딜파리를 데리고 돌을 가지러 나갔을 때 어떤 숲에서 암말 한 마리가 달려 나와 그 말에게 다가가 울었다. 말은 그것이 어떤 말인지 알아차리자 흥분하여 밧줄을 끊고 암말에게 달려갔다. 암말은 숲으로 달아났고, 장인은 말을 붙잡으려고 뒤쫓았다. 두 말은 밤새 달렸으므로 그날 밤의 작업은 중단되었으며, 이튿날에도 전처럼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 일을 완성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장인은 거인의 격노에 휩싸였다.

아스 신족은 찾아온 자가 산거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자 맹세를 지킬 생각을 버리고 토르를 불렀다. 토르는 곧바로 왔고, 이내 망치 묠니르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토르는 해나 달 대신 그것으로 공사 대금을 치렀다. 그가 요툰헤임에서 살아갈 길을 막아 버린 것이다. 첫 타격에 두개골을 산산조각 내어 그를 니플헤임 아래로 내려보냈다.

한편 로키는 스바딜파리와 그런 일을 치른 탓에 얼마 뒤 망아지를 낳았다. 그 망아지는 잿빛에 다리가 여덟이었으며,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말이다. 「볼루스파」에는 이렇게 나온다.

그러자 모든 권능의 신들이
심판의 자리에 앉아,
더없이 거룩한 신들이
이 일을 의논했다.
누가 온 하늘을
간계로 더럽혔는가,
누가 거인의 종족에게
오드의 여인을 내주었는가.

맹세는 짓밟혔다.
말과 서약도,
그들 사이에 오갔던
굳건한 약속도 모두.
토르 홀로 거기서 쳐 죽였다,
분노에 휩싸여.
그런 소식을 들으면
그는 좀처럼 가만히 있지 않는다.”

43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스키드블라드니르에 관해 어떤 이야기가 있기에 배 가운데 으뜸이라 합니까? 그만큼 큰 배는 없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배 가운데 가장 뛰어나며 더없이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가장 큰 배는 나글파르다. 그것은 무스펠의 소유다. 이발디의 아들들인 몇몇 난쟁이가 스키드블라드니르를 만들어 프레이에게 주었다. 그 배는 아스 신족 모두가 무기와 군장을 갖추고 탈 수 있을 만큼 크다. 돛을 올리기만 하면 어디로 가든 순풍이 분다. 바다로 나가지 않을 때에는 천처럼 접어 주머니에 넣어 둘 수 있는데, 그만큼 많은 부품으로 더없이 솜씨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44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스키드블라드니르는 훌륭한 배군요. 하지만 그렇게 만들려면 대단한 마법을 썼을 것입니다. 토르는 어디에 가서든 힘이나 마법 때문에 자기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강력하거나 힘센 상대를 만난 적이 없습니까?”

그러자 하르가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하지만 그도 어렵다고 여긴 일은 많았다. 설령 무언가가 너무도 강하거나 힘이 세어 토르가 이겨 내지 못한 일이 있었다 해도, 그런 일을 이야기할 의무는 없다. 토르가 가장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는 많으며, 그러므로 모두가 그것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내가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일을 물은 듯하군요.”

그러자 야픈하르가 말했다. “우리는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의 진상을 전할 수 있는 이가 여기 가까이 앉아 있을 것이다. 여태껏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그가 이제 처음으로 거짓말을 하지는 않으리라고 너도 믿을 것이다.”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이 물음에 답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여기 서서 듣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이 패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자 트리디가 말했다. “우리로서는 이야기하기가 달갑지 않아도, 그가 이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은 이제 분명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수레를 모는 토르가 염소들을 데리고 수레를 타고 길을 떠났는데, 로키라는 아스 신도 함께 갔다. 그들은 저녁에 한 농부의 집에 이르러 하룻밤 묵게 되었다. 그날 저녁 토르는 자기 염소 두 마리를 모두 잡았다. 그런 다음 가죽을 벗겨 솥에 넣었다. 고기가 익자 토르와 그의 동행은 저녁을 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다. 토르는 농부와 그의 아내, 아이들도 함께 먹자고 불렀다. 농부의 아들은 티알피, 딸은 로스크바라는 이름이었다. 토르는 염소 가죽들을 불에서 떨어진 곳에 펼쳐 놓고, 농부와 그 집 사람들이 뼈를 염소 가죽 위에 던져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부의 아들 티알피는 염소의 넓적다리뼈를 들고 자기 칼로 쪼개 깨뜨려 골수를 꺼내 먹었다.

토르는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 동이 트기 전 새벽에 그는 일어나 옷을 입고 망치 묠니르를 들어 염소 가죽들을 축성했다. 그러자 염소들이 일어났는데, 한 마리는 뒷다리를 절었다. 토르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농부나 그 집 사람들이 염소 뼈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으리라고 말했다. 그는 넓적다리뼈가 부러졌음을 알아보았다. 그 일을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토르가 눈썹을 눈 위로 내려뜨리는 모습을 보았을 때 농부가 얼마나 겁에 질렸을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눈이 드러난 부분을 보자 농부는 그 눈길만으로도 자신이 쓰러져 죽으리라고 생각했다. 토르는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망치 자루를 움켜쥐었다. 농부와 온 집안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만도 하게 다급히 소리치며 살려 달라고 빌었고, 보상으로 가진 것을 모두 내놓겠다고 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토르의 분노가 가라앉았고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는 화해의 대가로 그들의 아이들 티알피와 로스크바를 받았다. 그리하여 둘은 그의 종이 되어 그 뒤로 늘 그를 따라다닌다.

45

그는 염소들을 그곳에 남겨 두고 동쪽 요툰헤임으로 길을 떠나 바다에까지 이르렀으며, 그 깊은 바다를 건넜다. 육지에 닿자 그는 로키, 티알피, 로스크바와 함께 뭍으로 올라갔다. 그들이 잠시 걸어가자 커다란 숲이 나타났다. 그들은 어두워질 때까지 온종일 걸었다. 티알피는 모든 사람 가운데 발이 가장 빨랐다. 그는 토르의 양식 자루를 짊어지고 있었지만, 먹을 것은 넉넉하지 않았다.

어두워지자 그들은 하룻밤 묵을 곳을 찾다가 몹시 커다란 집 한 채를 발견했다. 입구는 집 한쪽 끝에 있었고, 너비가 집의 너비와 같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잠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한밤중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 땅이 그들 밑에서 크게 출렁였고 집도 흔들렸다. 토르는 일어나 동행들을 불렀고, 그들은 주위를 더듬어 살피다가 집 한가운데 오른쪽으로 딸린 방을 찾아 그리로 들어갔다. 토르는 입구에 앉았고, 나머지는 그보다 안쪽에 있었다. 그들은 겁에 질렸지만, 토르는 망치 자루를 붙들고 자신을 지킬 작정이었다. 그때 그들은 커다란 울림과 굉음을 들었다.

동이 트자 토르는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멀지 않은 숲속에 한 사내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는데, 몸집이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잠들어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토르는 밤중에 무슨 소리가 났던 것인지 이제 알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힘의 띠를 졸라맸고, 신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바로 그때 사내가 잠에서 깨어 재빨리 일어났다. 전해지는 말로는 토르가 망치로 그를 치기를 주저한 것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고 한다. 토르는 그의 이름을 물었다. 그는 자기가 스크리미르라고 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네 이름을 물을 필요가 없다. 네가 아스 신족의 토르인 줄 알겠다. 그런데 네가 내 장갑을 끌어다 놓았느냐?”

스크리미르는 손을 뻗어 장갑을 집어 들었다. 그제야 토르는 밤중에 집으로 여겼던 것이 그것이고, 딸린 방은 장갑의 엄지손가락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스크리미르는 토르에게 자기가 길동무가 되어도 좋겠느냐고 물었고, 토르는 그러자고 했다. 스크리미르는 양식 꾸러미를 풀어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고, 토르와 동료들은 다른 곳에서 그리했다. 스크리미르는 양식을 한데 합치자고 제안했고, 토르는 동의했다. 그러자 스크리미르는 그들의 양식을 모두 한 꾸러미에 묶어 등에 짊어졌다. 그는 낮 동안 앞장서 걸었는데, 보폭이 제법 컸다. 저녁 늦게 스크리미르는 커다란 참나무 아래에 그들이 밤을 보낼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는 토르에게 자기는 누워 자겠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너희는 양식 꾸러미를 가져다가 저녁을 차려 먹어라.”

이내 스크리미르는 잠들어 심하게 코를 골았다. 토르는 양식 꾸러미를 가져다가 풀려고 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그는 매듭 하나도 풀지 못했고 가죽끈 끝 하나도 움직여 전보다 느슨하게 만들 수 없었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화가 나서 망치 묠니르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스크리미르가 누운 곳으로 한 발을 내디뎌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스크리미르는 잠에서 깨어 나뭇잎이라도 머리에 떨어졌느냐고 묻더니, 그들은 이제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 준비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토르는 이제 자러 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다른 참나무 아래로 갔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때 그들은 마음 놓고 잠들 수가 없었다.

한밤중에 토르는 스크리미르가 곤히 잠들어 숲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일어나 스크리미르에게 다가가 망치를 빠르고 힘차게 휘둘러 정수리 한가운데를 내리쳤다. 망치 대가리가 머릿속으로 깊이 박히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그때 스크리미르가 잠에서 깨어 말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냐? 도토리라도 내 머리에 떨어졌느냐? 아니면 토르, 네게 무슨 일이라도 있느냐?”

토르는 황급히 물러나 자신도 방금 잠에서 깼다고 대답하고는, 지금은 한밤중이니 아직 잘 때라고 말했다. 토르는 세 번째로 그를 칠 기회가 생긴다면 그가 다시는 자기를 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누운 채 스크리미르가 다시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동트기 조금 전, 스크리미르가 잠들었음을 알리는 소리를 듣자 그는 일어나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망치를 휘둘러 위로 드러난 관자놀이를 내리쳤다. 망치는 자루 바로 밑까지 박혀 들어갔다.

하지만 스크리미르는 일어나 앉아 뺨을 쓸며 말했다. “내 위의 나무에 새들이 앉아 있나? 잠에서 깨어 보니 나뭇가지에서 무슨 부스러기가 머리로 떨어진 것 같더구나. 토르, 깨어 있느냐? 이제 일어나 옷을 입을 때가 되었겠구나. 너희는 이제 우트가르드라는 성까지 멀리 갈 필요가 없다. 너희가 나더러 몸집이 작은 사내는 아니라고 서로 수군대는 것을 들었다만, 우트가르드에 가면 나보다 더 큰 사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너희에게 좋은 충고를 해 주겠다. 잘난 체하지 마라. 우트가르드 로키의 가신들은 너희 같은 꼬마들이 건방진 소리를 하는 것을 순순히 참아 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되돌아가라. 내 생각에는 그쪽을 택하는 편이 너희에게 낫겠다. 그래도 계속 가겠다면 동쪽으로 향해라. 나는 이제 너희 눈에 보이는 저 산들을 향해 북쪽으로 가야 한다.”

스크리미르는 양식 꾸러미를 들어 등에 걸머지고는 그들의 길에서 옆으로 꺾어 숲속으로 떠났다. 아스 신들이 그에게 무사히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46

토르와 그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서 정오까지 걸었다. 그러자 어느 들판에 성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꼭대기를 올려다보려면 목덜미가 등에 닿도록 고개를 젖혀야 했다. 그들은 성으로 다가갔다. 성문 앞에는 빗장살로 된 문이 닫혀 있었다. 토르가 그 문으로 가서 열어 보려 했으나 열 수 없었다. 그래도 성 안에 들어가려고 애쓰다가 빗장살 사이로 몸을 밀어 넣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큰 전당을 보고 그리로 향했다. 전당의 문은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두 줄의 긴 의자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는데, 대부분 몸집이 몹시 컸다.

이윽고 그들은 왕인 우트가르드 로키 앞으로 가서 인사를 했다. 그는 한참 만에 그들을 쳐다보더니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말했다. “먼 곳 소식은 늦게야 듣는 법이지. 내 짐작이 틀렸나? 이 애송이가 바로 수레를 모는 토르란 말인가? 그래도 보기보다는 대단한 자겠지. 그런데 그대들 일행은 어떤 재주를 겨룰 자신이 있는가? 어떤 기예나 솜씨든 남들 대부분보다 뛰어난 것이 없으면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지낼 수 없네.”

그러자 맨 뒤에 들어온 로키라는 자가 말했다. “제게는 당장이라도 겨룰 수 있는 재주가 하나 있습니다. 이 안에 저보다 음식을 빨리 먹을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대답했다. “말대로 해낸다면 그것도 재주지. 그렇다면 그 재주를 시험해 보세.” 그러고는 긴 의자 저편을 향해 로기라는 자에게 전당 한가운데로 나와 로키와 겨루라고 외쳤다. 커다란 구유 하나를 가져다가 전당 바닥에 놓고 고기를 가득 채웠다. 로키는 한쪽 끝에 앉고 로기는 다른 쪽 끝에 앉았다. 둘은 저마다 있는 힘껏 빨리 먹어 치워 구유 한가운데서 만났다. 로키는 뼈에 붙은 고기를 모두 먹었으나, 로기는 고기에 뼈까지 모두 먹고 구유마저 먹어 버렸다. 그러니 모두가 로키의 패배라고 여겼다.

이어서 우트가르드 로키는 저 젊은이는 무슨 재주를 부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티알피는 우트가르드 로키가 내세우는 누구와든 몇 차례 달리기를 겨뤄 보겠다고 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훌륭한 재주라고 하면서, 이 재주를 제대로 보이려면 발이 아주 빨라야 할 터라고 말했다. 그래도 곧바로 겨뤄 보게 하겠다고 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평평한 들판을 따라 달리기 좋은 길이 있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후기라는 어린 소년을 불러 티알피와 달리기를 겨루라고 했다.

첫 번째로 달리자 후기는 티알피보다 훨씬 앞서서, 결승점에 닿고도 몸을 돌려 그를 마주하러 달려왔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티알피, 이기려면 더욱 힘을 내야겠군. 그래도 지금껏 이곳에 온 사람 가운데 그대만큼 발 빠른 자는 보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일세.”

그들은 다시 두 번째로 달렸다. 이번에 후기가 결승점에 닿아 몸을 돌렸을 때는 티알피와의 거리가 화살을 멀리 쏘아야 닿을 만큼 벌어져 있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티알피도 잘 달린다고 생각하네만, 이제 그가 이기리라고는 믿지 않네. 그래도 세 번째로 달려 보면 판가름이 나겠지.”

그들은 또 달렸다. 후기가 결승점에 이르러 몸을 돌렸을 때, 티알피는 아직 중간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러자 모두가 이 승부는 결판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트가르드 로키는 토르에게, 사람들이 그의 위업에 관해 그토록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그들 앞에서 어떤 재주를 보이고 싶으냐고 물었다. 토르는 누구와든 술 마시기를 겨루는 것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좋다고 하더니 전당 안으로 들어가 시종을 불렀다. 그리고 신하들이 벌주를 마실 때 쓰는 뿔잔을 가져오라고 했다. 곧 시종이 뿔잔을 가져와 토르의 손에 건넸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 뿔잔은 단숨에 비워야 잘 마셨다고 하지. 두 번에 나누어 비우는 사람도 있네만, 아무리 술을 못 마셔도 세 번에 비우지 못하는 자는 없네.”

토르가 뿔잔을 보니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았으나 길이는 제법 길었다. 그는 몹시 목이 말랐으므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시는 뿔잔에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으리라 생각하며 꿀꺽꿀꺽 크게 들이켰다. 그러나 숨이 다해 뿔잔에서 고개를 들고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보니, 아까보다 수위가 낮아졌다고 해도 그 차이가 아주 조금인 듯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잘 마셨네만, 그리 많이 마시지는 않았군. 아스 신족의 토르가 이보다 더 마시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믿지 않았을 걸세. 그래도 두 번째에는 다 비우고 싶겠지.”

토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뿔잔을 입에 댔다. 이번에는 더 크게 한 모금 마시리라 생각하며 숨이 닿는 데까지 힘껏 들이켰다. 그러나 뿔잔의 뾰족한 끝은 여전히 그가 바라는 만큼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입에서 뿔잔을 떼고 안을 들여다보니 이번에는 처음보다도 적게 줄어든 듯했다. 그래도 이제는 잔이 넘칠 걱정 없이 들고 다닐 만한 여유가 생겼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토르? 마지막 한 모금을 위해 힘을 아끼는 모양인데, 그래서는 득이 없을 걸세. 내 보기에 세 번째에 이 뿔잔을 비우려면 이번에 가장 많이 마셔야 할 것 같군. 다른 겨루기에서도 이번보다 나은 솜씨를 보이지 못한다면, 이곳에서는 아스 신족이 그대를 일컫듯 그토록 대단한 사내라 불릴 수 없을 걸세.”

토르는 화가 나서 뿔잔을 입에 대고 있는 힘껏 맹렬하게 마시며 술을 들이켰다. 뿔잔 안을 살펴보니 이번에는 그나마 조금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그는 뿔잔을 내주고 더는 마시려 하지 않았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제 그대의 힘이 우리가 생각했던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군. 다른 겨루기도 더 해 보겠는가? 이번 겨루기로는 그대에게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네.”

토르가 대답했다. “다른 겨루기도 더 해 볼 수 있소. 하지만 내가 고향에서 아스 신족과 함께 있을 때 이만큼 마신 것을 그토록 적다고 했다면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오. 이제는 무슨 겨루기를 해 보라는 것이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곳 어린아이들은 내 고양이를 땅에서 들어 올리는 놀이를 한다네. 별것 아닌 일로 여기겠지. 그대가 내 생각보다 훨씬 힘이 약하다는 것을 먼저 보지 못했다면, 아스 신족의 토르에게 이런 말을 꺼낼 생각조차 못 했을 걸세.”

그러자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전당 바닥으로 뛰어나왔다. 몸집이 제법 컸다. 토르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배 한가운데 밑으로 손을 넣고 들어 올렸다. 그러나 토르가 손을 들어 올리는 만큼 고양이도 등을 둥글게 굽혔다. 토르가 팔을 최대한 높이 뻗었을 때 고양이의 발 하나가 땅에서 떨어졌을 뿐, 그 이상은 어찌할 수 없었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 겨루기도 내가 예상한 대로 되었군. 고양이는 제법 크고, 토르는 이곳에 있는 우리 장대한 사내들에 견주면 키도 작고 몸집도 작으니.”

토르가 말했다. “그대들이 나를 그토록 작다고 하니, 누구든 한 사람 나와서 나와 씨름해 보시오! 이제 나는 화가 났소.”

우트가르드 로키는 긴 의자들을 둘러보며 대답했다. “이 안에는 그대와 씨름하는 것을 하찮게 여기지 않을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우선 이렇게 해 보세. 내 양어머니인 엘리 할멈을 이리로 부르게. 토르가 원한다면 그 할멈과 씨름하게 하지. 내가 보기에 토르 못지않게 힘세 보이던 사내들도 그 할멈에게 넘어졌다네.”

곧 늙은 할머니 하나가 전당 안으로 들어왔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그 할머니에게 아스 신족의 토르와 씨름하라고 했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토르가 씨름에 힘을 쓸수록 할머니는 더욱 굳건히 버티고 섰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기술을 걸기 시작했다. 토르는 발밑이 흔들렸고, 몹시 거칠게 뒤엉켜 겨루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우트가르드 로키가 다가와 그만 씨름을 멈추라고 하면서, 토르는 자신의 신하 가운데 다른 누구에게도 씨름을 청할 필요가 없겠다고 말했다. 때마침 밤도 깊어 있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토르와 그 일행을 자리로 안내했고, 그들은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47

아침이 되어 날이 밝자마자 토르와 그 일행은 일어나 옷을 입고 떠날 채비를 했다. 그때 우트가르드 로키가 와서 그들을 위해 상을 차리게 했다. 좋은 음식과 술을 넉넉히 내어 융숭하게 대접했다. 식사를 마친 그들은 길을 나섰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그들을 배웅하며 성 밖까지 함께 걸어갔다. 헤어질 때가 되자 우트가르드 로키는 토르에게 이번 여행이 어떠했는지, 자신보다 더 강한 자를 만나 보았는지 물었다. 토르는 그들과 겨루면서 크게 수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고 말했다. “그대들은 나를 힘없는 사내라고 부를 것이오. 그 점이 나는 못마땅하오.”

우트가르드 로키가 말했다. “이제 그대가 성 밖으로 나왔으니 진실을 말해 주겠네. 내가 살아서 뜻대로 할 수 있는 한, 그대는 두 번 다시 그 안에 들어오지 못할 걸세. 맹세코, 그대에게 그토록 엄청난 힘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들어오지도 못했을 걸세. 그대는 하마터면 우리를 큰 재앙에 빠뜨릴 뻔했네. 하지만 나는 그대에게 눈속임을 썼지. 맨 처음 숲에서 그대들과 만났을 때도 내가 찾아간 것이었네. 그대가 식량 자루를 풀려고 했을 때는 내가 그것을 마법의 쇠로 묶어 놓아서 어디를 풀어야 할지 찾을 수 없었지. 그 뒤 그대는 망치로 나를 세 번 내리쳤네. 첫 번째가 가장 약했지만, 그것조차 맞았다면 나를 죽이기에 충분했을 걸세. 그런데 그대는 내 전당 옆에 꼭대기가 평평한 바위산을 보았지. 거기에 네모진 골짜기 셋이 파여 있고, 그중 하나가 가장 깊은 것도 보았을 걸세. 그것이 그대의 망치 자국이었네. 내가 그 바위산을 내리치는 망치 앞에 가져다 댔지만 그대는 보지 못했지.

그대들이 내 신하들과 겨룬 놀이들도 그와 같았네. 맨 처음은 로키가 한 것이었지. 그는 몹시 배가 고파서 빨리 먹었네만, 로기라는 자는 들불이었네. 그래서 고기를 태우는 것 못지않게 빠르게 구유도 태워 버렸지. 티알피가 후기라는 자와 달리기를 겨뤘을 때, 그 상대는 내 생각이었네. 티알피가 달리기로 그와 겨룰 가망은 없었지.

그대는 뿔잔으로 마실 때 술이 더디게 줄어든다고 여겼네만, 맹세코 그때 벌어진 일은 나도 가능하리라고는 믿지 못했을 기적이었네. 뿔잔의 다른 쪽 끝이 바다에 나가 있었는데 그대는 그것을 보지 못했지. 이제 바닷가에 가면 그대가 바닷물을 얼마나 마셔 없앴는지 볼 수 있을 걸세. 이제 그것을 썰물이라 부른다네.”

그는 또 말했다. “그대가 고양이를 들어 올린 일도 내게는 그 못지않게 대단했네.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대가 고양이의 발 하나를 땅에서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겁에 질렸네. 그 고양이는 그대 눈에 보이던 그런 것이 아니었지. 그것은 온 세상의 땅을 두르고 누워 있는 미드가르드의 뱀 요르문간드였네. 그대가 어찌나 높이 들어 올렸는지, 그 뱀은 머리와 꼬리가 땅에 닿을 길이조차 겨우 남아 있었네. 하늘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을 정도였지.

엘리와 씨름하면서 그토록 오래 버티고 한쪽 무릎만 꿇었을 뿐이라는 것도 큰 기적이었네. 늙음을 맞을 만큼 오래 산다면, 늙음에 쓰러지지 않을 자는 지금껏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일세. 이제 사실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여기서 헤어질 것이고, 그대들이 다시는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좋을 걸세. 또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이런 계략이든 다른 계략이든 써서 내 성을 지킬 것이니, 그대들은 나를 어찌할 수 없을 걸세.”

토르는 이 말을 듣자 망치를 움켜쥐고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나 막 내리치려는 순간, 어디에도 우트가르드 로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토르는 성을 부숴 버릴 작정으로 성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넓고 아름다운 들판만 있을 뿐, 성은 없었다. 그는 다시 돌아서서 제 갈 길을 가 마침내 트루드방가르에 돌아왔다. 그러나 그때 토르가 미드가르드의 뱀 요르문간드와 맞닥뜨릴 길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사실이며, 훗날 실제로 그리되었다. 이제 토르의 이번 여행에 관해서는 누구도 내가 한 이야기보다 더 참되게 그대에게 이야기해 줄 수 없으리라 생각하네.”

48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우트가르드 로키는 참으로 대단한 자입니다. 속임수와 마법을 많이 쓰기는 하지만, 그토록 힘센 자들을 신하로 거느린 것을 보면 그 자신도 대단한 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토르는 이 일을 갚아 주지 않았습니까?”

하르가 대답했다. “학식 있는 이가 아니더라도, 토르가 방금 이야기한 그 여행에서 당한 일을 설욕했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는 집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고 몹시 서둘러 길을 나설 채비를 했기에, 수레도 염소들도 데려가지 않았고 동행도 없었네. 그는 젊은 사내의 모습으로 미드가르드를 벗어나 걸어가다가, 어느 날 저녁 해 질 무렵 한 거인의 집에 이르렀네. 그 거인의 이름은 히미르였지. 토르는 거기서 하룻밤 묵었네. 새벽이 되자 히미르는 일어나 옷을 입고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갈 채비를 했네. 토르도 벌떡 일어나 재빨리 준비를 마치고, 히미르에게 자기도 함께 배를 저어 바다로 나가게 해 달라고 했지. 그러나 히미르는 그가 몸집도 작고 어린애에 지나지 않으니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며 말했네. ‘내가 늘 하듯 먼바다에 나가 오래 머무르면 너는 추위에 떨게 될 것이다.’

토르는 그러니 육지에서 멀리까지 배를 저어 가도 좋으며, 둘 중 누가 먼저 돌아가자고 할지는 모를 일이라고 했네. 토르는 거인에게 몹시 화가 나 당장 망치로 내리칠 뻔했지만, 다른 데서 제 힘을 시험해 볼 생각으로 그대로 넘겼지. 그는 히미르에게 무엇을 미끼로 쓸 것인지 물었으나, 히미르는 미끼는 스스로 구하라고 했네. 그러자 토르는 히미르가 기르는 소 떼가 보이는 곳으로 갔지. 그는 히민흐료드라는 가장 큰 황소를 붙잡아 머리를 뜯어 내고, 그것을 가지고 바다로 갔네. 그때 히미르는 이미 배를 물에 띄워 놓았지. 토르는 배에 올라 물을 퍼내는 자리에 앉아 노 두 개를 잡고 저었네. 히미르는 그가 노를 저으니 배가 제법 빠르게 나아간다고 여겼지. 히미르는 앞쪽 뱃머리에서 노를 저었고, 배는 빠르게 나아갔네.

이윽고 히미르는 자기가 늘 배를 멈추고 가자미를 낚던 어장에 이르렀다고 했네. 그러나 토르는 훨씬 더 멀리 나가고 싶다고 했고, 둘은 다시 힘차게 노를 저었지. 그러자 히미르는 이제 너무 멀리 나와, 미드가르드의 뱀 때문에 이보다 더 나가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네. 하지만 토르는 한동안 더 젓겠다고 하고 그대로 했지. 히미르는 그때 몹시 언짢아했네.

토르는 노를 거두자 아주 튼튼한 낚싯줄을 준비했네. 낚싯바늘 또한 그에 못지않게 크고 단단했지. 토르는 그 낚싯바늘에 황소 머리를 꿰어 뱃전 너머로 던졌고, 낚싯바늘은 바닥까지 내려갔네. 참으로 말하건대, 이때 토르가 미드가르드의 뱀을 꾀어 낸 수법은, 우트가르드 로키가 토르에게 손으로 그 뱀을 들어 올리게 하며 그를 속여 조롱했던 수법에 조금도 뒤지지 않았네. 미드가르드의 뱀은 황소 머리를 덥석 물었고, 낚싯바늘은 뱀의 입천장을 꿰뚫었지. 뱀은 그것을 느끼자 너무나 거세게 몸을 홱 움직여, 토르의 두 주먹이 뱃전에 부딪쳤네. 그러자 토르는 노하여 신의 힘을 끌어내고 발을 힘껏 버텼지. 그 바람에 두 발이 배를 뚫고 나가 바다 밑바닥을 디뎠고, 그는 뱀을 뱃전까지 끌어 올렸네. 토르가 뱀을 매섭게 쏘아보고 뱀은 아래에서 그를 마주 노려보며 독을 내뿜던 광경을 보지 못한 자는, 참으로 무시무시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네.

그때 거인 히미르는 뱀의 모습과 배 안팎으로 넘나드는 바닷물을 보고 낯빛이 변하여 창백해지고 두려움에 떨었다고 하네. 토르가 망치를 움켜쥐고 치켜드는 순간, 거인은 미끼 자르는 칼을 더듬어 잡고 뱃전에서 토르의 낚싯줄을 끊었지. 그러자 뱀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네. 토르는 그 뒤로 망치를 던졌고, 사람들은 그가 파도 사이에서 뱀의 머리를 쳐 떨어뜨렸다고 하네. 그러나 내가 자네에게 말해 주는 진실은, 미드가르드의 뱀이 아직 살아서 세상을 둘러싼 바다에 누워 있다는 것이라 생각하네. 토르는 주먹을 치켜들어 히미르의 귀를 후려쳤고, 히미르는 발바닥이 드러나도록 뱃전 너머로 거꾸로 처박혔지. 그리고 토르는 물을 헤치고 뭍으로 나왔네.”

49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아스 신족에게 이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까? 토르는 이번 여행에서 참으로 대단한 힘을 보였습니다.”

하르가 대답했다. “아스 신족이 그보다 더 중대하게 여겼던 일을 이야기해야겠군. 그 이야기의 시작은 선량한 발드르가 자신의 목숨에 관한 심상치 않고 불길한 꿈들을 꾸었다는 것이네. 그가 아스 신족에게 꿈 이야기를 하자, 그들은 함께 의논한 끝에 온갖 위험으로부터 발드르의 안전을 보장받기로 했네. 프리그는 불과 물, 쇠와 온갖 금속, 돌, 땅, 나무, 질병, 짐승, 새, 독, 뱀들에게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았지.

이 일이 이루어지고 널리 알려지자, 발드르를 모임 한가운데 세워 놓고 나머지 신들이 저마다 그에게 무언가를 쏘거나, 무기로 내리치거나, 돌을 던지는 것이 발드르와 아스 신족의 즐거움이 되었네. 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그는 다치지 않았고, 모두가 이를 몹시 영광스러운 일로 여겼지. 라우페이의 아들 로키는 이것을 보고, 발드르가 다치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네. 그는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여 펜살리르에 있는 프리그를 찾아갔네. 프리그는 그 여자에게 아스 신족이 모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지. 여자는 모두 발드르에게 무언가를 쏘고 있지만 그는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네. 그러자 프리그가 말했지. ‘무기도 나무도 발드르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그 모두에게서 맹세를 받았으니까.’

여자가 물었네. ‘모든 것이 발드르를 해치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까?’

프리그가 대답했지. ‘발할라 서쪽에 나뭇가지 하나가 자란다. 겨우살이라고 부르지. 그것은 너무 어려서 맹세를 요구할 수 없겠더구나.’

그 말을 듣자 여자는 곧 떠나갔네. 로키는 겨우살이를 붙잡아 뽑아 들고 모임으로 갔지. 회드는 눈이 멀었기에 사람들이 둘러선 바깥쪽에 서 있었네. 로키가 그에게 말했지. ‘너는 왜 발드르에게 쏘지 않느냐?’

그가 대답했네. ‘발드르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지. 게다가 나는 무기도 없네.’

그러자 로키가 말했네. ‘그래도 다른 이들처럼 해 보아라. 다른 이들처럼 발드르에게 영예를 돌려주어라. 그가 어디 서 있는지는 내가 알려 주마. 이 가지를 그에게 쏘아라.’

회드는 겨우살이를 받아 로키가 알려 주는 대로 발드르에게 쏘았네. 그것은 날아가 발드르의 몸을 꿰뚫었고, 그는 땅에 쓰러져 죽었지. 이는 신들과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난 가장 큰 불행이었네.

발드르가 쓰러지자 아스 신족은 모두 말문이 막혔고, 그에게 손을 뻗을 힘마저 잃었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그 일을 저지른 자에게 모두 같은 마음을 품었으나 아무도 복수할 수 없었지. 그곳은 그토록 엄중히 평화가 지켜지는 곳이었네. 아스 신족이 말을 하려 했을 때에도 울음이 먼저 터져 나와, 아무도 자기 슬픔을 말로 다른 이에게 전할 수 없었지. 오딘은 그 누구보다 이 상실을 괴로워했네. 발드르의 죽음이 아스 신족에게 얼마나 큰 파멸이며 손실인지를 그가 가장 잘 알았기 때문이지.

신들이 정신을 차리자 프리그가 입을 열어, 아스 신족 가운데 자신의 모든 사랑과 호의를 얻고 싶은 이가 누구냐고 물었네. 헬로 가는 길을 달려가 발드르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헬이 발드르를 아스가르드의 집으로 돌려보내 준다면 몸값을 주겠다고 제안할 이가 있느냐는 것이었지. 그 길을 나서기로 한 이는 오딘의 아들, 용감한 헤르모드였네.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를 끌어내 오자, 헤르모드는 그 말에 올라타고 달려갔지.

아스 신족은 발드르의 시신을 거두어 바닷가로 옮겼네. 발드르의 배는 흐링호르니라 불렸고, 모든 배 가운데 가장 컸지. 신들은 그 배를 물에 띄워 그 위에서 발드르를 화장하려 했으나, 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네. 그래서 요툰헤임으로 사람을 보내 히로킨이라는 여자 거인을 불러왔지. 그녀는 독사를 고삐로 삼아 늑대를 타고 왔네. 그녀가 그 짐승에서 뛰어내리자, 오딘은 광전사 넷을 불러 그것을 지키게 했지. 그러나 그들은 늑대를 쓰러뜨리고서야 붙잡아 둘 수 있었네. 히로킨은 배의 이물로 다가가 단번에 배를 밀어 냈고, 그 바람에 배 밑에 받친 통나무에서 불꽃이 튀고 온 땅이 흔들렸지. 그러자 토르는 노하여 망치를 움켜쥐고 그녀의 머리를 부수려 했으나, 모든 신이 그녀를 해치지 말아 달라고 청했네.

이윽고 발드르의 시신을 배 위로 옮겼네. 그의 아내인 네프의 딸 난나는 그것을 보고 슬픔에 심장이 터져 죽었지. 그녀도 장작더미 위로 옮겨졌고, 거기에 불이 붙었네. 토르는 곁에 서서 묠니르로 장작더미를 성별했지. 그런데 그의 발 앞을 리트라는 난쟁이가 달려 지나갔네. 토르는 그를 걷어차 불 속으로 밀어 넣었고, 그는 불에 타 버렸지.

이 화장에는 여러 무리가 찾아왔네. 먼저 오딘을 말하자면, 그와 함께 프리그와 발키리들, 그리고 그의 까마귀들이 왔지. 프레이는 굴린부르스티 또는 슬리드루그탄니라는 멧돼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왔고, 헤임달은 굴토프라는 말을 타고 왔으며, 프레이야는 자신의 고양이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왔네. 서리 거인들과 산 거인들도 무리 지어 찾아왔지. 오딘은 드라우프니르라는 금고리를 장작더미 위에 놓았네. 그 고리에는 아흐레 밤마다 무게가 똑같은 금고리 여덟 개가 떨어져 나오는 성질이 있었지. 발드르의 말도 마구를 모두 갖춘 채 장작더미 위로 끌려갔네.

이제 헤르모드의 이야기를 하자면, 그는 아흐레 밤 동안 어둡고 깊은 골짜기들을 말을 타고 지나갔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마침내 굘강에 이르러 굘의 다리 위로 말을 몰았지. 그 다리는 빛나는 금으로 덮여 있었네. 다리를 지키는 처녀의 이름은 모드구드였지. 그녀는 그에게 이름과 혈통을 묻고, 전날에는 죽은 자들의 군대 다섯이 그 다리를 건넜다고 말했네. ‘하지만 그대 혼자 지나갈 때도 다리는 그에 못지않게 울리는군요. 게다가 그대는 죽은 자의 낯빛을 하고 있지도 않아요. 어찌하여 여기 헬로 가는 길을 달려오나요?’

그가 대답했네. ‘나는 발드르를 찾아 헬에게 가야 하오. 혹시 헬로 가는 길에서 발드르를 보았소?’

그녀는 발드르가 그곳 굘의 다리를 말을 타고 건넜다고 말했네. ‘헬로 가는 길은 아래로, 북쪽으로 뻗어 있어요.’

헤르모드는 헬의 문에 이를 때까지 말을 달렸네. 그는 말에서 내려 복대를 단단히 조이고, 다시 올라타 박차를 가했지. 말은 힘차게 뛰어올라 문 어디에도 닿지 않고 훌쩍 넘어갔네. 헤르모드는 전당까지 말을 타고 간 뒤 내려서 안으로 들어갔지. 그곳 높은 자리에 형제 발드르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헤르모드는 거기서 하룻밤을 머물렀네.

아침이 되자 헤르모드는 헬에게 발드르가 자신과 함께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청하며, 아스 신족이 얼마나 슬피 울고 있는지 말했네. 그러자 헬은 발드르가 그토록 사랑받는지 다음과 같이 시험해 보겠다고 했지. ‘이야기대로 그렇게 사랑받는다면 말이다. 세상의 모든 것, 산 것과 죽은 것이 모두 그를 위해 울면 그는 아스 신족에게 돌아가리라. 그러나 어느 하나라도 반대하거나 울기를 거부하면 헬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

헤르모드가 일어서자 발드르는 그를 전당 밖까지 배웅하고, 드라우프니르 고리를 꺼내 오딘에게 기념으로 보내 주었네. 난나는 프리그에게 천과 그 밖의 선물들을 보내고, 풀라에게는 금반지를 보냈지. 헤르모드는 왔던 길로 말을 달려 아스가르드에 이르러, 자신이 보고 들은 일을 모두 전했네.

그 뒤 아스 신족은 온 세상에 사자들을 보내, 발드르를 위해 울어 그를 헬에게서 풀려나게 해 달라고 청했네. 모두가 그렇게 했지. 사람도, 살아 있는 짐승도, 땅도, 돌도, 나무도, 온갖 금속도 울었네. 이런 것들이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 것을 자네도 보았을 것이네.

사자들은 임무를 잘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어느 동굴 안에 앉아 있는 여자 거인을 발견했네. 그녀는 자신을 토크라고 했지. 그들은 그녀에게 발드르를 위해 울어 그를 헬에게서 풀려나게 해 달라고 청했네. 그녀가 말했지.

토크는 울리라,
마른 눈물로,
발드르의 화장을 슬퍼하며.
살아 있든 죽었든
그 사내의 아들에게서 나는 덕을 본 적 없으니,
헬은 가진 것을 그대로 간직하라.

사람들은 그자가 아스 신족 사이에서 가장 많은 악행을 저지른 라우페이의 아들 로키였으리라고 짐작하네.”

50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로키는 처음에 발드르가 죽게 만들고, 또 그가 헬에게서 풀려나지 못하게 했으니 참으로 큰일을 벌였군요. 그렇다면 그 일로 무슨 벌을 받았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는 오래도록 뼈저리게 느낄 만큼 그 대가를 치렀다. 신들이 당연히 그에게 몹시 노하자, 그는 달아나 어느 산에 숨었다. 그곳에 집을 짓고 문을 네 개 내어 집 안에서 사방을 살필 수 있게 했다. 낮에는 자주 연어로 모습을 바꾸어 프라낭그르 폭포라는 곳에 숨었다. 그는 아스 신족이 폭포에서 자신을 붙잡으려고 어떤 꾀를 낼지 궁리했다. 집에 앉아 있을 때면 아마실을 가져다, 훗날 그물을 만들게 된 방식대로 그물코를 맺었다. 그의 앞에는 불이 타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스 신족이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보았다. 오딘이 흘리드스캴프에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는 즉시 벌떡 일어나 강으로 뛰어들면서 그물을 불 속에 던졌다.

아스 신족이 집에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들어간 이는 그들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크바시르였다. 그는 그물이 타고 남긴 재의 자국을 불 위에서 보고, 그것이 물고기를 잡는 도구였으리라고 알아차려 아스 신족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재에 남은 자국을 보고 로키가 만들었던 것과 같은 그물을 만들었다. 그물이 완성되자 아스 신족은 강으로 가서 폭포에 그물을 던졌다. 토르가 그물 한쪽 끝을 잡고, 다른 아스 신족 모두가 다른 쪽 끝을 잡아 그물을 끌었다. 로키는 그물 앞에서 헤엄치다가 두 돌 사이에 몸을 눕혔다. 그들은 로키 위로 그물을 끌고 지나갔으나, 앞에 살아 있는 것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다시 폭포 위로 올라가 그물을 던지고, 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아주 무거운 추를 달았다. 로키는 그물 앞에서 헤엄쳐 갔다. 그러다 바다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그물 윗줄을 뛰어넘어 폭포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제 아스 신족은 그가 어디로 가는지 보았다. 그들은 다시 폭포 위로 올라가 무리를 둘로 나누었고, 토르는 강 한가운데를 걸어 내려갔다. 그렇게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로키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바다로 뛰어드는 것은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었고, 다른 길은 다시 그물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는 뒤의 길을 택해 있는 힘껏 재빨리 그물 윗줄을 뛰어넘었다. 토르가 손을 뻗어 그를 움켜잡았으나, 그가 손 안에서 미끄러져 내려가 손이 꼬리에 이르러서야 멎었다. 연어의 꼬리 쪽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렇게 로키는 자비를 약속받지 못한 채 붙잡혀 어느 동굴로 끌려갔다. 신들은 돌판 세 개를 가져다 모서리가 위로 서도록 세우고, 돌판마다 구멍을 뚫었다. 그런 다음 로키의 아들들인 발리와 나리, 곧 나르비를 붙잡아 왔다. 아스 신족은 발리를 늑대 모습으로 바꾸었고, 그는 제 형제 나르비를 갈기갈기 찢었다. 아스 신족은 나르비의 창자를 가져다, 모서리가 선 그 세 돌 위에 로키를 묶었다. 돌 하나는 어깨 아래에, 하나는 허리 아래에, 세 번째는 무릎 뒤에 놓였다. 그를 묶은 창자는 쇠로 변했다. 그 뒤 스카디가 독사를 가져다 로키 위에 매달아, 뱀의 독이 그의 얼굴로 떨어지게 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 시긴이 곁에 서서 대야를 받쳐 독방울을 받는다. 대야가 가득 차면 그녀는 가서 독을 쏟아 버리는데, 그동안 독이 그의 얼굴에 떨어진다. 그때 그가 어찌나 세차게 몸을 뒤트는지 온 땅이 흔들린다. 너희는 그것을 지진이라고 부른다. 그는 라그나로크가 올 때까지 그곳에 묶여 누워 있다.”

51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라그나로크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습니까? 저는 그 이야기를 전에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르가 말했다. “그에 관해서는 크고도 많은 사건을 이야기할 수 있다. 맨 처음에는 핌불베트르라고 부르는 겨울이 온다. 그때는 사방에서 눈이 휘몰아친다. 추위는 혹독하고 바람은 매섭다. 햇볕도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런 겨울이 세 번 잇달아 오고 그 사이에 여름은 없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또 다른 세 겨울이 이어지는데, 그동안 온 세상에서 큰 전쟁이 벌어진다. 형제들이 탐욕 때문에 서로 죽이며, 살인과 혈육의 연을 끊는 일에서 누구도 아버지나 아들을 아끼지 않는다. 《볼루스파》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형제들이 서로 싸우고
서로를 죽이리라.
자매의 아들들이
혈육의 연을 더럽히리라.
사람들 사이가 험악해지고
간음이 넘치리라.
도끼의 시대, 칼의 시대,
방패는 쪼개지고,
바람의 시대, 늑대의 시대가 오리라.
세상이 무너지기 전에.

그때 큰 사건으로 여겨질 일이 일어난다. 늑대가 태양을 삼키니, 사람들은 이를 큰 재앙으로 여긴다. 또 다른 늑대가 달을 잡아먹으며, 이 또한 큰 해를 끼친다. 별들은 하늘에서 사라진다. 또한 온 땅과 산들이 어찌나 심하게 흔들리는지 나무들이 땅에서 뽑히고 산들이 무너지며, 모든 족쇄와 결박이 부서지고 끊어진다. 그때 늑대 펜리르가 풀려난다. 바다가 뭍으로 넘쳐드는데, 미드가르드의 뱀이 거인의 분노에 사로잡혀 몸을 뒤틀며 뭍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때 나글파르라는 배도 풀려난다. 이 배는 죽은 사람들의 손발톱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이 손발톱을 깎지 않은 채 죽는 일은 경계할 만하다. 그런 사람은 나글파르를 만들 재료를 크게 보태는 셈인데, 신들과 사람들은 그 배가 완성되는 일이 될 수 있는 한 늦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거센 파도 속에서 나글파르가 떠간다. 나글파르의 키를 잡는 거인은 흐림이라고 한다. 늑대 펜리르는 입을 벌린 채 나아가는데, 아래턱은 땅에 닿고 위턱은 하늘에 닿는다. 벌릴 자리만 있다면 그보다 더 크게 벌릴 것이다. 그의 눈과 콧구멍에서는 불길이 타오른다. 미드가르드의 뱀은 독을 뿜어 온 하늘과 바다에 흩뿌린다. 그 모습은 몹시 끔찍하며, 늑대의 한쪽 곁에서 나아간다.

이 요란한 소리 속에서 하늘이 갈라지고, 그곳에서 무스펠의 아들들이 말을 타고 나온다. 수르트가 맨 앞에 서고, 그의 앞뒤로 불이 타오른다. 그의 칼은 몹시 훌륭하며, 거기서 나는 빛은 햇빛보다 밝다. 그들이 비프로스트를 타고 건너면, 앞서 말했듯이 다리가 부서진다. 무스펠의 아들들은 비그리드라는 들판으로 나아간다. 늑대 펜리르와 미드가르드의 뱀도 그곳으로 온다. 로키와 흐림도 그곳에 와 있으며, 흐림에게는 서리 거인들이 모두 함께하고 로키에게는 헬의 무리가 모두 따른다. 그러나 무스펠의 아들들은 따로 대열을 이루며, 그 대열은 몹시 빛난다. 비그리드 들판은 어느 방향으로나 너비가 백 라스트(거리 단위)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헤임달이 일어나 걀라르호른을 힘차게 불어 모든 신을 깨운다. 신들은 함께 회의를 연다. 그 뒤 오딘은 미미르의 샘으로 말을 달려, 자신과 자신의 무리를 위해 미미르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때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이 흔들리고, 하늘과 땅의 그 무엇도 두려움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다. 아스 신족과 모든 에인헤랴르가 무장하고 들판으로 나아간다. 오딘이 황금 투구와 아름다운 갑옷을 갖추고 궁니르라는 창을 든 채 맨 앞에서 말을 달린다. 그는 늑대 펜리르를 향해 나아가며, 토르는 그의 한쪽 곁에서 전진한다. 그러나 토르는 미드가르드의 뱀과 싸우느라 힘에 부쳐 오딘을 도울 수 없다. 프레이는 수르트와 싸우고, 격렬한 싸움 끝에 쓰러진다. 스키르니르에게 주었던 그 훌륭한 칼이 없는 것이 그의 죽음을 부른다.

그때 그니파 동굴 앞에 묶여 있던 개 가름도 풀려난다. 그는 지극히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그는 티르와 싸우며, 둘은 서로를 죽인다. 토르는 미드가르드의 뱀을 죽이고 그곳에서 아홉 걸음 물러난다. 그러고는 뱀이 그에게 뿜은 독 때문에 땅에 쓰러져 죽는다. 늑대는 오딘을 삼킨다. 그것이 오딘의 죽음이다. 그러나 곧바로 비다르가 앞으로 나서서 한쪽 발로 늑대의 아래턱을 밟는다. 그 발에는 세상이 생긴 이래 줄곧 재료를 모아 온 신발을 신고 있다. 그 재료는 사람들이 제 신발의 발끝이나 뒤꿈치에서 잘라 내는 가죽 조각들이다. 그러므로 아스 신족을 돕는 데 마음을 쓰려는 사람은 그 가죽 조각들을 버려야 한다. 비다르는 한 손으로 늑대의 위턱을 잡아 아가리를 찢어 벌린다. 그것이 늑대의 죽음이다. 로키는 헤임달과 싸우며, 둘은 서로를 죽인다. 그 뒤 수르트가 땅 위로 불을 내던져 온 세상을 태운다. 《볼루스파》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헤임달이 드높이 분다.
뿔나팔이 높이 들려 있다.
오딘이 말을 나눈다.
미미르의 머리와.
이그드라실의
우뚝 선 물푸레나무가 흔들리고,
늙은 나무가 신음한다.
거인은 풀려난다.

아스 신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알브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요툰헤임 전체가 울부짖고,
아스 신족은 회의에 모였다.
난쟁이들은 신음한다.
돌문 앞에서,
바위 벽을 잘 아는 이들이.
그대들은 더 알고 싶은가, 어찌하겠는가?

흐림이 동쪽에서 몰고 온다.
앞에 방패를 치켜든다.
요르문간드가 몸을 뒤튼다.
거인의 분노에 사로잡혀.
뱀이 파도를 몰아붙이고,
독수리는 환성을 지르리라.
창백한 부리로 시신을 찢는다.
나글파르가 풀려난다.

배가 동쪽에서 나아온다.
무스펠의 백성들이
바다를 건너오리니,
로키가 키를 잡는다.
그곳에는 괴물의 자손들이
모두 탐욕스러운 늑대와 함께 있다.
그들과 함께 길을 가는 이는
뷜레이스트의 형제다.

수르트가 남쪽에서 온다.
가지들을 해치는 불을 들고.
칼에서는 빛난다.
전투의 신들의 태양이.
바위산들이 서로 부딪치고,
거인 여인들이 비틀거린다.
사람들은 헬로 가는 길을 밟고,
하늘은 갈라진다.

그때 흘린에게
두 번째 슬픔이 닥친다.
오딘이 나아가
늑대와 싸우고,
벨리를 죽인 빛나는 이가
수르트에게 맞설 때.
그곳에서 프리그가 사랑하는 이가
쓰러지리라.

오딘의 아들이 나아가
늑대와 싸운다.
비다르가 길을 나서
살육의 짐승에게 맞선다.
그는 흐베드룽의 아들에게
제 손으로
칼을 심장까지 찔러 넣는다.
그때 아버지의 원수를 갚는다.

이름 높은 이가 걸어간다.
흘로딘의 아들이,
뱀에 지친 채,
치욕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모든 사람이
살던 곳을 떠나리라.
미드가르드의 수호자가 노하여
뱀을 죽일 때.

태양은 검게 변하고,
땅은 바다로 가라앉는다.
하늘에서 사라진다.
밝은 별들이.
연기와
생명을 기르던 불길이 치솟고,
높은 열기가 넘실거린다.
하늘 그 자체에 닿도록.

또 여기서는 이렇게 말한다.

비그리드라 불리는 들판에서
싸우러 만나리라.
수르트와 사랑받는 신들이.
백 라스트(거리 단위)가
어느 방향으로나 그 너비이니,
그들에게 정해진 들판이 그곳이다.”

52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온 세상이 불타고 모든 신과 모든 에인헤랴르, 모든 인간이 죽고 나면 무엇이 남습니까? 앞서 당신들은 모든 사람이 어떤 세계에서 영원토록 살아가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트리디가 대답했다. “그때에도 좋은 거처가 많고 나쁜 거처도 많다. 가장 좋은 곳은 하늘의 김레이며, 좋은 술을 마시기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브리미르라는 전당에 술이 아주 넉넉하다. 그 전당은 오콜니르에 서 있다. 니다푤에 서 있는 전당도 훌륭하며, 붉은 황금으로 지어졌다. 그 이름은 신드리다. 이 전당들에는 선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들이 살게 된다.

나스트론드에는 크고 끔찍한 전당이 있는데, 문들은 북쪽을 향한다. 그 전당은 나뭇가지로 엮은 집처럼 온통 뱀의 등뼈로 엮여 있다. 뱀의 머리들은 모두 집 안을 향해 독을 뿜으며, 그 때문에 전당 안으로 독의 강들이 흐른다. 맹세를 어긴 자들과 살인자들이 그 강들을 걸어서 건넌다. 여기서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전당 하나가 서 있음을 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나스트론드에.
문들은 북쪽을 향한다.
독방울이 떨어진다.
지붕의 연기구멍으로.
그 전당은 엮여 있다.
뱀의 등뼈로.

그곳에서 헤쳐 건너야 하리라.
거센 물살을,
거짓 맹세를 한 자들과
살인자들이.

그러나 흐베르겔미르가 가장 끔찍하다.

그곳에서 니드호그가 괴롭힌다.
죽은 이들의 시신을.”

53

그러자 강글레리가 말했다. “그때에도 살아남는 신들이 있습니까? 그때에도 땅이나 하늘이 있습니까?”

하르가 말했다. “그때 땅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데, 푸르고 아름답다. 씨를 뿌리지 않은 밭에서도 곡식이 자란다. 비다르와 발리는 살아남는다. 바다도 수르트의 불길도 그들을 해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에 아스가르드가 있던 이다볼에 살며, 토르의 아들들인 모디와 마그니도 그곳으로 와서 묠니르를 갖게 된다. 그 뒤에 발드르와 회드가 헬에게서 돌아온다. 그러면 모두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의 룬을 떠올리며, 미드가르드의 뱀과 펜리르 늑대에 관한 일들을 비롯하여 옛날에 있었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그때 그들은 아스 신족이 가지고 있던 황금 놀이말들을 풀밭에서 찾아낸다. 이렇게 전한다.

비다르와 발리는
신들의 성소에 살리라,
수르트의 불길이 어두워질 때.
모디와 마그니는
묠니르를 가지리라,
빙니르의 싸움이 끝나면.

그리고 호드미미스홀트라는 곳에서는 리프와 리프트라시르라는 두 사람이 수르트의 불길을 피해 숨어 산다. 그들은 아침 이슬을 양식으로 삼으며, 이 두 사람에게서 온 세상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후손이 태어난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 바와 같다.

리프와 리프트라시르,
그들은 몸을 숨기리라,
호드미미르의 숲속에.
아침 이슬을
그들은 양식으로 삼고,
그들에게서 인류가 태어나리라.

또 네가 놀랍게 여길 일이 있다. 태양은 자신 못지않게 아름다운 딸을 낳았으며, 그 딸이 어머니의 길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렇게 말한 바와 같다.

딸 하나를
알프뢰둘은 낳으리라,
펜리르가 그녀를 삼키기 전에.
그 처녀는 달리리라,
신들이 죽을 때,
어머니가 가던 길을 따라.

네가 이보다 더 먼 훗날의 일을 물을 줄 안다면, 그런 물음이 네게 어디서 생겨나는지 나는 모르겠다. 나는 그 누구에게서도 이보다 더 먼 훗날까지 세상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이제 배운 것을 잘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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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강글레리는 사방에서 커다란 굉음을 듣고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은 평평한 들판에 서 있었으며 전당도 성채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길을 떠나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보고 들은 일들을 전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들에게 이 이야기들을 전했다.

한편 아스 신족은 함께 앉아 의논하고 계책을 세우며, 그에게 들려주었던 그 모든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장소들에 앞서 언급한 것과 똑같은 이름들을 붙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사람들이, 방금 이야기한 아스 신족과 그때 그와 같은 이름을 받은 이들이 모두 같은 존재였음을 의심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그곳에 토르라 불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옛 아사 토르이다.